한국축구가 중동원정에 나설 때마다 등장하는 말, '모래바람 주의보'다. 조광래호도 마찬가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중동원정에서 한국은 고전했다. 9월 7일(한국시각) 2차전 쿠웨이트 원정경기에서 답답한 흐름 속에 1대1로 비겼다. 11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차전에서 2대0으로 이겼지만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후반 43분 첫 골이 터질 때까지 곤욕을 치렀다. 나사가 빠진 것처럼, 조광래 감독이 그동안 주창했던 빠른 공수 전환을 근간으로 한 템포축구, 정교한 패스를 앞세운 패싱게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의 이른바 '만화축구'가 실종된 것이다. 한국축구의 기둥인 이청용 기성용이 없었다고 하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조광래호는 15일 레바논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최종예선에 오른다. 그러나 문제는 3차예선 통과가 아닌 본선 진출이 걸린 최종예선이다. 최종예선은 3차예선 5개조 1~2위 10개 팀이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10개팀 중 6개팀이 중동팀으로 채워질 것 같다. 최종예선 각 조의 1~2위 4개팀이 본선에 직행한다.
A조에서는 요르단과 이라크가 1~2위, 한국이 속한 B조에서는 레바논과 쿠웨이트가 2위를 다투고 있다. C조에서는 일본과 우즈베키스탄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고, D조는 호주가 1위, 사우디아라비아가 2위다. E조는 전통의 강호 이란과 카타르가 1~2위다. 북한의 탈락이 확정됐고, 중국도 탈락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동아시아팀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중동팀 3개팀과 같은 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의 경우,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과 일본 호주 북한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바레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 참가했다. 한국은 북한,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같은 조에서 경쟁했다.
지금같은 경기력이라면 한국은 내년 6월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 원정 때마다 마음을 조리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
밀린 숙제처럼 한국축구의 과제로 남아있는 중동원정에 대한 부담을 털어낼 방법을 없을까. 중동팀들은 비교적 체력이 좋고 개인기를 갖췄으며, 한국을 상대할 때면 수비에 중점을 두다가 연습을 노리는 전술을 펴왔다.
한국은 5~6시간의 시차와 그라운드 상태, 낯선 경기장 분위기, 무더위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까지 이룬 한국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참 아래인 중동팀을 맞아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최종예선에 앞서 내년 5월 중동전지훈련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조에 중동팀 3~4개팀이 편성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현지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중동지역에서 전지훈련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조광래호는 어떻게 준비를 할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