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롯데가 올시즌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것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백업포수 장성우다. 2008년 경남고 졸업 후 롯데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장성우는 이번 시즌 주전포수 강민호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물론 백업포수라는 한계 때문에 아직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든든한 장성우의 존재가 있어 적어도 롯데는 포수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다른 팀 감독들이 "포수가 없어 큰 일"이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는 걸 보면 장성우의 존재가치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장성우가 오는 12월28일 군에 입대한다. 투수 장원준과 함께 경찰청에서 2년간 병역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장성우는 FA를 앞두고 더이상 미룰 수 없어 군입대를 결정한 장원준과는 상황이 다르다. 아직 어리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수라면 당연히 주전자리를 꿰차고 실력을 향상시켜 국제대회 입상을 해 병역혜택을 받는 것을 꿈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장성우는 일찍 병역 의무를 마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남고와 부산고의 '부산야구 라이벌 빅매치'에 경남고 대표로 출전한 장성우는 입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입대를 선택했다"며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는 말로 착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장성우는 "포수는 계속 볼을 받아야 한다. 2년 간 경찰청에서 2군경기를 뛰며 실전 경험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장성우의 말이 맞다. 장성우는 현재 타 팀에 가면 당장 주전포수로 출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감독이라도 무조건 1군에 데리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강민호라는 걸출한 선배가 버티고 있다는 것. 그만큼 출전기회가 줄어들고 실력 향상이 더딜 수 밖에 없게 된다. 강민호가 2년 후 FA로 풀리기 때문에 2년 동안 기량을 갈고 닦아 복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뜻이었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양승호 감독의 머리도 아프게 됐다. 이날 선수단 마무리 훈련을 위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양 감독은 "든든한 백업포수를 잃는다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큰 타격"이라면서도 "롯데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선수의 미래를 위해 군 입대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