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꾼다고 한 지 1개월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사이 퇴출 통보를 받은 용병은 혹시 살아날까 싶어서인지 부쩍 힘을 내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바꾸겠다고 공언한 감독은 여전히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프로농구 KT의 상황이 이렇다. 전창진 감독은 재계약 용병 찰스 로드를 퇴출시키기로 하고 대체용병을 접촉하는 중이다.
한데 데려온다는 용병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혹시 연막작전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전 감독은 껄껄 웃으며 일축했다.
그렇다면 KT의 대체용병 영입은 왜 자꾸 늦어지는 것일까. 전 감독이 평소 자주 사용하는 화법에서 그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주접떨면 안된다." 선수를 다루는데 있어서 채찍과 당근이 분명한 전 감독은 선수들이 팀 플레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자주 이런 표현을 쓴다.
대체용병이 빨리 오지 못하는 이유도 이 한마디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된다. 괜히 '주접을 떨고'있기 때문이다. '주접떨다'의 사전적 의미는 '욕심을 부리며 추하고 염치없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KT는 대체용병으로 3명의 후보 리스트를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접촉한 선수가 플로리다대 출신 파워포워드 베넌 매클린이다.
올해 미국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디트로이트에 뽑힌 기대주다. 하지만 매클린의 에이전트가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KT가 5만 달러의 계약서를 보내자 그 이상의 돈을 요구하며 줄다리기를 하려고 든 것이다.
'치악산 호랑이'로 이름을 떨쳤던 전 감독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전 감독은 평소 외국인 선수라고 돈으로 달래서 특별대우를 하면 국내선수들의 사기까지 가라앉힌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많은 연봉을 받고 싶으면 그만큼 뭔가를 보여준 뒤 합당한 요구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매클린은 한국에 와서 뛰어보지도 않고 NBA 2라운드라는 간판을 앞세워 '거래'부터 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로드와 재계약 할 때도 월별 차등 임금제란 독특한 방법을 적용했던 전 감독이다. 예를 들어 첫 달은 500만원, 둘째 달은 700만원, 셋째 달은 1000만원 등 달이 지나면서 성과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미리 한 시즌 연봉을 보장받은 뒤 나중에 가서 성의없이 뛰는 '먹튀(먹고 튀는)' 용병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국내선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용병을 상대로 투자 대비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렇게 해야 국내선수들의 사기도 꺾이지 않는다.
전 감독은 "여기는 한국 프로농구판이다. 어디 감히 검증도 안된 용병이 먼저 기량을 보여주고 대우를 요구하기는 커녕 돈으로 먼저 저울질을 하려고 하느냐"면서 "우리가 그 쪽의 요구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보이면 한국농구의 자존심도 다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감독은 벌써부터 매클린 길들이기에 나선 듯하다. 한 술 더 떠 매클린 영입에 실패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어차피 매클린은 3명의 후보자 가운데 3순위다. 로드가 아직까지 잘 버텨주고 있는 만큼 여유를 갖고 1, 2순위 후보를 노리면 된다"는 게 전 감독의 설명이다.
결국 KT의 용병 교체가 늦어진 것은 '선수'에 앞서 '인간'을 찾는 전 감독 특유의 용병술 때문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