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영섭은 결승타를 친 직후 자신도 모르게 두 가지 행동을 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면서 기쁨을 표시했고, 또하나는 덕아웃을 쳐다본 것이다.
3년차 선수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프로 첫 시즌을 겪은 배영섭이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생애 최고의 안타를 뽑아냈다. 6회말 2사 만루에서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삼성의 승리를 이끈 안타였다.
경기후 배영섭은 전화통화에서 "처음엔 타구가 잡힐 줄 알았는데 2루 베이스 옆으로 빠져나가는 걸 봤다. '아, 이제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규시즌때는 좋은 안타를 치더라도 오버액션이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저연차 선수들은 '액션'에 약하다. 또한 저연차 선수가 지나치게 '액션'을 취하면 빈볼이 날아온다는 걸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엔 달랐다. 배영섭은 상대 실책까지 겹쳐 2루에 도달한 뒤 마음껏 주먹을 휘두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배영섭은 "2루에 가서 덕아웃을 쳐다봤다. 동료들도 보였는데,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박수치고 있는 감독님이었다"고 말했다.
그럴만도 하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 배영섭을 시즌 초반부터 믿고 꾸준히 기용했다. 그 결과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배영섭은 정규시즌 막판에 왼쪽 손등 골절상을 했다. 처음엔 깁스만 4주를 해야하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엔트리 진입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배영섭이 꾸준히 치료와 훈련을 병행했다. 류중일 감독은 어찌보면 도박이었을 수도 있지만 최종 엔트리에 배영섭을 포함시켰다. 배영섭은 "감독님이 올해 너무 많은 기회를 주셨다. 그래서 감독님부터 눈에 들어온 것도 같다"고 했다.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삼성은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한 병원이 골절상 치료에 일가견이 있다는 정보를 얻은 뒤 배영섭을 그곳으로 보냈다. KIA 이범호가 이 병원에서 치료받았고, 일본프로야구 인기스타인 오가사와라도 마침 그곳에서 치료중이었다.
이범호에 따르면, 이 병원의 치료법은 국내 선수들은 접한 적이 없는 방식이라고 한다. 삼성측은 이 병원이 부상 부위의 오염된 물질을 빨리 제거함으로써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중반까지 삼성에서 뛴 일본인투수 카도쿠라도 이 병원에도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이범호는 얼마전 취재진에게 "나도 그 병원에서 효과를 많이 봤다. 배영섭의 뼈를 (한국시리즈 출전이 가능할 만큼 빨리) 붙일 수 있다면 그 병원은 진짜 용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영섭은 올시즌 내내 라인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그가 다치자 삼성도 한가닥 희망을 걸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배영섭은 한국시리즈 1승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