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42)은 '순한 양'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는 서글서글하다. 현역 시절 별명도 '코트의 신사'일 정도로 성격이 유순했다. 2003년부터 모교인 경남 진주 동명고등학교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치면서도 큰 소리 한번 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8년 만에 큰 소리를 냈다. 2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서울드림식스와의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홈 개막전. 4세트 8-22로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세트스코어도 1-2로 뒤지고 있던 터라 승부는 드림식스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하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호통을 쳤다. "너희들이 배구선수냐." 작전타임 시간이 30초에 불과해 많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하 감독의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숙였다. 하 감독은 "선수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 '너희들이 배구선수냐'라는 얘기로 혼을 냈다. 몇 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에게 한마디 던져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려는 있었다. '하 감독의 성격이 거친 배구판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 온순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었다. 그는 '감성 리더십'을 들고 지난 5월 선수들을 처음 만났다. 부드러움 속에서 강인함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스파르타식의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선수들과 융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협력하고 응집력을 가지고 팀에 뼈대를 세우는 것이 더 선수들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성 리더십'은 실패였다. 아직 한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5개월여간 '맏형'으로 다가갔던 편안함은 독이 되어 날아왔다. 지난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하게 라이벌 삼성화재에게 패했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정신력은 전혀 바뀌지 않은 모습이었다.
프로팀 감독 데뷔전은 혹독했다. 하 감독은 공수에서 총체적 난국을 절감했다. 그는 "서브 리시브가 무너지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흔들렸다. 공수에서의 모든 부분이 문제점으로 보여지는 경기였다. 자체적으로 우리의 안정된 플레이를 가져가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날 패배가 하 감독의 올시즌 순탄치 않은 행보를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천안=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전적(23일)
대한항공 3-2 KEPCO45
서울드림식스 3-1 현대캐피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