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또다시 벽을 넘는데 실패했다. 롯데는 23일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4대8로 패해 포스트시즌 첫 스테이지 통과라는 해묵은 과제를 또 풀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 2008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첫 시리즈서 모두 패했다.
지난 3년간 준PO부터 시작했던 것과 달리 정규시즌에서 2위에 올라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했고, 시즌 끝까지 경기를 치른 SK는 준PO에서 KIA와 이미 4경기를 하고 올라와 롯데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일주일 가까이 쉬면서 차근차근 플레이오프를 준비했지만 한국시리즈 4년 연속 진출에 세번 우승을 이룬 SK와의 승부는 힘들었다. 강력한 SK 마운드에 최강이라던 롯데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연장승부끝에 1차전을 내줬고, 2차전을 이겼지만 다시 3차전에서 패하며 벼랑끝에 몰렸다. 4차전서 장원준의 구원등판 카드로 다시 2승2패 동률을 이뤘지만 5차전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분명 롯데는 희망을 봤다. 이전 3년간 준PO에서 보여준 경기력보다 월등히 성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마운드와 수비에서 정상권의 실력을 발휘했다. 불펜이 뛰어난 SK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강력한 불펜으로 맞섰다. 지난 3년간 수비는 롯데의 상승세를 꺾는 아킬레스건이었지만 이번엔 위기때마다 호수비가 나오며 승리의 밑바탕이 됐다. 특히 지난해 유격수로 불안한 수비를 보였던 황재균은 이번 PO에서 '명품 3루수'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였다. 투수와 포수의 여러차례 견제사는 롯데의 수비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해 '새가슴'이라 불렸던 장원준과 송승준은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99년 이후 이어오던 포스트시즌 홈 12연패의 기록도 깼다. 김사율은 롯데 선수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2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로이스터 감독의 후임으로 온 양승호 감독은 주위의 우려와 걱정, 비난을 첫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으로 잠재웠다. 3년 연속 4강이라는 성적의 부담속에 팀을 맡은 양 감독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력이 보강되지도 않았다. 대부분 전문가들의 4강 예상에 롯데는 없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선수들의 뜻하지 않은 부상과 부진, 바뀐 포지션 적응 불안 등의 악재가 겹치며 꼴찌까지 떨어져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양 감독은 발빠른 대처로 팀을 안정시켰다. 5월부터 사도스키가 던지면서 선발이 강화됐고, 임경완 강영식 김사율의 필승조 구성으로 롯데의 고질이었던 불펜을 완성했다. 7월초 주전들이 모두 모이면서 롯데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결국 후반기 대약진의 기적을 이뤄냈다.
23일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팬들은 비록 다시 한번 첫번째 스테이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직접 겪었지만 "정말 잘했다"라며 고생한 롯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박수로 격려를 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