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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올시즌 첫 90분 소화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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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못한 선발, 예상못한 출전시간이었다.

구자철은 23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노르트방크 아레나에서 열린 함부르크와의 원정경기(1대1 무)에서 선발출전했다.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마르코 루스와 교체될때까지 92분간 활약했다. 분데스리가에서 구자철이 선발출전한 것은 9월 18일 TSG호펜하임전 이후 두번째다.

당초 구자철은 함부르크전 출전이 불투명했다. 구자철은 11일 아랍에리미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서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16일 뉘른베르크전에 뛰지 못하고, 부상 치료에 전념했다. 20일 되서야 겨우 볼을 차기 시작했다. 함부르크전까지 쉬고 29일 헤르타 베를린전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20일 구자철의 몸상태를 확인한 마가트 감독은 금요일 팀 훈련에 합류할 것을 지시했다. 모처럼 휴식을 취한 구자철은 몸과 마음 모두 홀가분해진 상태였다. 훈련에서 움직임이 괜찮았다. 구자철은 함부르크 원정에 나설 19명의 엔트리에 뽑혔다. 분데스리가는 18명(베스트11+교체선수 7명)의 선수가 경기장에 나서고 1명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예비 선수로 등록된다.

구자철 본인도 예비 선수로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식 훈련을 하루밖에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1시간전 마가트 감독이 발표한 베스트11에 전격적으로 구자철이 포함됐다. 구자철도, 볼프스부르크 동료들도 모두 놀랐다. 마가트 감독은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출전 시간도 예상을 벗어났다. 올시즌 최장 출전 시간이 45분이었던 구자철은 92분을 소화했다. 만쥬키치와 사실상 투톱을 형성한 구자철은 날카로운 움직임과 패스로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을 이끌었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도맡아 담당하기도 했다. 마가트 감독은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않을때 즉각 교체하는 스타일이다. 풀타임에 가까운 경기를 소화했다는 것은 까다로운 마가트 감독의 구미를 만족시켰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함부르크전은 힘겨운 주전경쟁을 펼치는 구자철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자철의 에이전트는 "자신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죽을 각오로 뛰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비록 최고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훈련량에 비해 활동량이나 경기력 모두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며 "경기 후 감독과 동료들도 잘했다고 격려해줬다고 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