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멤버로 저 정도 밖에 못하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울산 현대를 바로보는 축구인들의 눈길은 서늘했다. 지난 겨울 설기현 곽태휘 이 호 강민수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우승을 노려볼만한 전력으로 평가됐던 울산이다. 그런데 시즌 중반까지 중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많은 것이 어색했다. 좀처럼 기대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 후반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섭게 살아났다.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최근 7경기에서 5승2무, 무패를 기록했다. 8월 20일 대전전 0대1 패배 이후 무패다. 28라운드에서 2위 포항 스틸러스를 2대1로 제압하고 올시즌 처음으로 6위에 오르더니, 22일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 상대인 부산 아이파크를 1대0으로 꺾고 5위가 됐다. 마지막 30라운드 대구FC 원정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다른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울산의 뒷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조직력이 살아났다. 울산은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우승전력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한동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워낙 새얼굴들이 많다보니 최상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집중력을 갖고 뛴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부터 조직력이 한결 좋아졌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울산은 시즌 내내 극심한 득점력 부족에 허덕였다. 공격수들이 득점력이 떨어지자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인 곽태휘가 공격에 기여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선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시즌 막판 울산 상승세의 뒤에는 프로 2년차 박승일, 미드필더 고슬기가 있다. 김호곤 감독은 지난해 1군 경기 출전 경험이 없는 박승일을 중용해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빠른 스피드가 장점인 박승일은 부진한 고창현을 대신해 오른쪽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25라운드 상주 상무전, 2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연속골을 넣은 박승일은 22일 부산전에서 고슬기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고슬기의 본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그런데 김호곤 감독은 고슬기를 다양 포지션에서 활용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공격의 지렛대 역할을 맡기기도 하고, 전술 변화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 공술의 밸런스를 조절하게 한다. 고슬기는 포항전에서 선제골, 부산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박승일과 고슬기 모두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호곤 감독은 "준비된 선수, 열심히 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박승일과 고슬기 모두 팀이 필요할 때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얼마전 곽태휘는 "울산같은 팀이 6강에 못간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통의 명가라는 자부심 또한 울산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