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을 잡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패장 양승호 감독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1차전, 3차전 패배 후에는 기자들에게 먼저 농담을 건네며 "다음 경기 꼭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밝혀왔던 양 감독. 하지만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SK에 4대8로 패한 후 인터뷰실에 들어서서는 "오늘은 마지막이라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며 애써 슬픔을 참는 모습이었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4차전과는 달리 투수를 교체할 때마다 실패했다. 이것이 가장 큰 패인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양 감독은 5회초 2사 상황서 잘 던지던 선발 송승준을 내리고 회심의 카드인 장원준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장원준이 임 훈, 정근우, 박재상에게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실점해 경기가 꼬이고 말았다. 양 감독은 "원준이가 올해 정근우에게 매우 강했는데 불규칙 바운드 타구가 내야안타가 됐다. 거기서 원준이가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전체적인 게임 흐름이 흔들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아무래도 1차전을 패한게 가장 아쉬운 장면인 것 같다. 그 경기를 이겼으면 플레이오프 전체 결과가 어땠을지 생각해봤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1년 간 정말 고생이 많았다. 아픈 선수도 많았는데 얘기도 안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너무 고맙다"며 "오늘 경기에서도 1-6으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4-6까지 따라붙는 모습을 보고 내년 시즌 더욱 강한 롯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마지막으로 "야구도시, 부산의 팬들께서 보내주신 열렬한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팬들에게 '꼭 우승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팬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