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삼성화재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50)은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레프트에서 뛰던 김요한(26)을 센터로 전격 선발 출전시켰다. 김요한은 비시즌 동안 센터 포지션에서 집중 훈련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감독이 지난 9월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진단한 결과,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LIG손해보험은 세터 부재와 수비 불안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LIG손해보험 사령탑을 맡았던 박기원과 김상우 전 감독들은 부족한 수비력을 공격력으로 만회하기 위해 김요한을 레프트로 기용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달랐다. 수비력 보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포지션 파괴'였다. 김요한을 중심에 놓았다. 김요한은 큰 신장(2m)을 보유하고 있어 광주 전자고 시절 센터를 본 경험이 있지만, 인하대와 프로 입단 이후에도 줄곧 레프트에서 뛰었다. 김요한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지만 헌신이 필요했다. 자신이 센터로 출전할 경우 후위에 수비력이 좋은 선수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인 리베로 부용찬을 비롯해 임동규 이경수 등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투입될 수 있었다. 수비력이 향상되자 LIG손해보험은 만만치 않은 팀으로 변모했다. 비록 디펜딩챔피언을 쓰러뜨리지 못했지만, 승부를 풀세트까지 몰고가며 삼성화재를 괴롭혔다. 김요한은 블로킹 타이밍 미숙과 공격 횟수가 적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점점 센터 포지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의 배구는 첫 번째도 수비, 두 번째도 수비다. 이 감독은 "리시브보다 내가 추구하는 배구의 1번은 블로킹이다. 전방에서 뚫리면 후방은 확률이 없다. 수비 블로킹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나의 배구다"고 밝혔다. 특히 올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부용찬(한양대 졸업예정)을 1라운드에서 뽑은 것도 수비에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주전 세터 황동일의 안정된 토스워크를 추구했다. 안정된 수비력은 '괴물 용병' 가빈 슈미트(삼성화재)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이 감독은 "(가빈은) TV에서 봤을 때 대단한 선수라고 느꼈는데, 현장에서 직접보니 타이밍만 맞춰 준다면 무서운 선수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