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수 광저우 헝다 감독은 15일 55번째 생일을 맞았다.
삶의 터전인 중국에서 그는 올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난달 28일 4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1998년 중국행을 결심한 후 13년 만의 첫 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K-리그로 외도한 3년(2004~2006년)을 제외하고 충칭(1998~2001년), 칭다오(2002~2003년), 베이징(2007~2009년)을 거쳐 광저우에서 신화를 창조했다. 16일 상하이 선화와의 홈경기에서는 광저우 공산당 서기, 시장, 구단주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등 고위층이 대거 참석, 우승 축하 행사가 열렸다.
주연은 역시 이 감독이었다. 지난해 3월 2부 리그 광저우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구단과 '2-2-5 계단'를 목표로 설정했다. 2년 후 1부 리그 승격, 또 다시 2년이 흐른 후 1부 리그 우승 그리고 5년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그림이었다. 이 감독은 2년을 단축시켰다. 두 시즌 만에 1부 리그 우승의 환희를 누렸다. 승격팀이 1부 리그 패권을 거머쥔 것은 중국에선 처음이다. 유럽에서도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이 1997년 승격해 1998년 1부에서 우승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충칭과 칭다오에서 두 차례 FA컵 우승컵을 차지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영광이었다.
또 다른 도전 무대가 마련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다. 광저우는 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내년 시즌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베이징 시절 두 차례 경험했다. 그러나 2008년과 2009년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 감독과 상하이 선화전을 앞두고 광저우의 젖줄인 주강을 바라보는 헝다 호텔에서 마주앉았다. 마침내 칼 끝이 K-리그를 향하고 있다. 2009년(포항)과 2010년(성남)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K-리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떻게든 넘어야 하는 산이다. 이 감독은 "베이징에서는 힘들 것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젠 K-리그와도 해볼만 하다. 올시즌 후 2~3명을 더 보강할 계획이다.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몇 년전부터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비중을 많이 둔다. 내년에는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 4강까지 올라갈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후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경험이 없는 점이 걱정이지만 경기력 만큼은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진용은 아시아 정상급이다. 간판 스트라이커 가오린을 비롯해 찰턴과 셀틱에서 뛴 정즈와 PSV 에인트호벤 출신 순시앙 등 중국 대표 6명을 보유하고 있다. 무리퀴와 콘카 등 용병들도 특 A급이다. 이들의 이적료가 각각 350만달러(약 40억원), 1000만달러(약 116억원)다.
지난 연말 중국 최고의 갑부 쉬자인 회장은 이 감독에게 선수단 승리수당으로 1억위안(약 181억원)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9400만위안(약 170억원)을 따냈다. 상하이 선화전 이후 3경기가 더 남은 만큼 1억위안은 충분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수당 자체가 이 감독이 올시즌 걸어온 길이다.
일부 중국 언론에선 여전히 한국 출신인 이 감독의 안티가 있다. 헝다 그룹 수준이면 유럽 명장을 불러야 한다고 조롱한다. 리그 초반 1승2무(18승7무1패·15일 현재)를 달릴 때 경질설이 제기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잘 알고 있다. 유럽 명장을 불러야 한다고 묻기에 다분히 정상이라고 했다. 구단주를 제외하고 어느 누가 없더라도 팀은 돌아간다."
입지는 굳건하다. 1년 옵션을 빼더라도 계약 기간은 2년 더 남았다. 내년 시즌 리그 2연패와 아시아 정상을 향한 그는 새 꿈을 위해 이미 여행을 시작했다. 광저우(중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