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39분이었다. 리버풀의 풀백 루이스 엔리케가 미드필더 터치라인 부근에서 볼을 갖고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 득달같이 달려와 볼을 낚아채 갔다.눈이 번쩍 뜨였다. 맨유 박지성이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후반 24분 교체 아웃)한 박지성은 엔리케가 머뭇거리는 사이 측면에서 전광석화 같은 태클 솜씨를 보여주었다. 팬들은 '명품 태클'이라고 했다. 맨유 홈페이지는 '교과서(텍스트북) 태클'이라고 불렀다.
박지성은 15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벌어진 리버풀과의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1대1 무)에서 놀라운 기술을 보여주었다. 태클 실력이었다. 그가 엔리케에게 구사했던 태클은 완벽했다. 정확하게 공을 보고 들어갔고 공을 낚아챈 후 드리블 돌파로 연결했다. 박지성은 태클로 볼을 빼앗아 20m 가까이 드리블 돌파 후 중거리 슈팅까지 연결했다. 비록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맨유팬들에겐 무척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이후 기량이 업그레이드됐다.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중 최근 가장 발전한 것 중 하나가 태클이다. 유럽축구에서 태클은 매우 중요한 수비 기술 중 하나다. 압박이 심한 현대축구에서 태클은 1대1로 상대 선수에게서 볼을 빼앗을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런데 태클은 제대로 못할 경우 독이 된다. 공이 아닌 상대 선수의 신체를 향해 날아갈 경우 심판의 제량에 따라 퇴장까지 당할 수 있다. 또 태클을 하다 실패하면 공간을 빼앗기면서 실점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박지성의 태클 실력에 앞서 주목한 사람은 퍼거슨 맨유 감독이었다. 퍼거슨은 지난달 맨유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굉장한 태클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공격수로서 보기 드문 능력이다"고 칭찬했다.
퍼거슨의 말 처럼 공격수는 태클을 선호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수비형 윙어'로 평가받고 있는 박지성은 공격 이상으로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다. 공을 빼앗기면 빼앗은 선수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다 그 선수의 다리 사이로 발을 넣어 볼을 빼앗아 내곤 한다.
박지성 역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과 맨유를 거치기 전까지는 태클을 잘 몰랐다. 한국축구 지도자 중에 다수가 선수들에게 태클의 필요성과 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박지성은 유럽축구를 경험하면서 태클을 배우지 않고는 좋은 수비를 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깨우쳤다. 태클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한다. 상대 선수의 움직임과 타이밍을 빼앗고 들어가야 성공할 수 있다. 또 동료 선수가 하기 싫은 걸 해야하는 희생이 필요하다. 팀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토털 팀플레이어' 박지성에게 태클은 꼭 필요한 기술인 셈이다.
맨유는 리버풀과 1대1로 비겼다. 맨유(승점 20)는 이날 애스턴빌라를 4대1로 대파한 맨체스터 시티(승점 22)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