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두드러진 현상인 투고타저의 핵심은 불펜 야구다.
KIA와 SK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투고타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불펜 투수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두 팀 모두 '오승환'같은 철벽 마무리가 없어 불펜 운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KIA 한기주, SK 정대현이 준플레이오프 불펜 야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차전을 통해 두 투수의 활용법이 플레이오프 진출팀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IA 조범현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붙박이 마무리를 정해놓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불펜진을 운용하겠다는 것이 조 감독의 구상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선발 윤석민이 완투를 해준 덕분에 불펜 투수를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2차전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과정에서 선발 카드였던 한기주를 마무리로 투입했다. KIA는 2-1로 앞선 7회 선발 로페즈가 대타 안치용에게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하자 양현종을 투입했다. 양현종 손영민에 이어 7회 2사 1,3루에서 한기주를 등판시켰다.
한기주는 11회까지 4이닝 동안 2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11회말 2사 만루서 이호준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4이닝 동안 최고 148㎞짜리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고루 던지며 SK 타자들을 압도했다는 평가. 한기주의 포스트시즌 기용법이 드러난 셈이다. 이날 72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한기주는 3차전 등판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5차전에서는 마무리를 비롯한 승부처에서 크게 중용될 전망이다.
정대현도 마찬가지다. SK 마무리는 시즌 막판부터 엄정욱이 맡았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대행은 1차전 9회 엄정욱이 KIA 차일목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자 2차전부터 불펜 운용에 변화를 줬다. 1차전서 김광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정대현을 2차전서는 마무리로 활용했다. 9회 등판한 정대현이 연장 10회 선두 최희섭에게 안타를 맞은 직후 정우람으로 교체된 것은 3차전 이후를 염두에 둔 때문이다. 3차전 이후 정대현은 한기주와 마찬가지로 박빙의 승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양팀 다 두 투수의 대안은 없다. 인천서 승과 패를 주고 받은 두 팀간 준플레이오프는 한기주 정대현의 활용법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