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피르 카파제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7일 올림픽대표팀과의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돋보인 한국선수로 서슴없이 11번 윤일록(19·경남)을 지목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신인왕 후보로 줄곧 거론돼온 윤일록은 올림픽팀의 막내다. 지난 9월 오만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올림픽호에 승선했다. 하지만 태극마크의 단꿈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파주에 입성한 지 겨우 5일만에 짐을 쌌다. 오만전 18인의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소속팀의 안방인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경기였다. 이틀간 운동장쪽은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상심이 컸다. 소속팀 코칭스태프와 형들의 격려에 가까스로 기운을 차렸다. "다시 부를 테니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라"는 홍 감독의 말을 기억했다. 두번째 대표팀 소집에선 이를 악물었다. 회심의 우즈베키스탄전, 문전에서 놀라운 개인기를 선보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난생 처음으로 짜릿한 골맛을 봤다. '기특한 막내'는 1골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홍 감독은 약속을 지켰고, 윤일록은 기대에 부응했다.
올림픽대표팀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5대1로 대승했다. 전반 2분 김태환(22·FC서울) 전반 16분 윤일록(19·경남FC) 전반 33분 박종우(22·부산 아이파크)의 연속골이 터졌다. 올림픽호 K-리거의 힘은 강력했다. 김태환은 오른쪽에서, 윤일록은 왼쪽에서 거침없는 돌파와 슈팅으로 우즈베키스탄 수비의 넋을 빼놨다. 자신감이 넘쳤다. 예리한 오른발을 가진 박종우는 소속팀 부산에서도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활약해왔다. K-리그에서 부단히 갈고 닦은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이날 K-리거 3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일전을 앞둔 6일 기자회견에서 "K-리그에서 연령에 맞는 3~4명의 공격수가 고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 좋은데…"라며 공격수 고민을 토로했었다. "스트라이커라는 게 짧은 시간에 만들어질 수도 없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아쉬워했다. 올림픽호 K-리거들이 홍 감독의 고민을 몰래 엿듣기라도 한 것일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시원한 소나기골로 '해결사'를 자청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태환 윤일록 등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프로무대에 안착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줬다. K-리거들의 경험과 경기력이 큰 무대에서 확실히 힘을 발휘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홍 감독의 고민은 어느새 칭찬으로 바뀌었다. "우리 선수들의 오늘 활약은 환상적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따로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했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