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잠실구장에선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이날 LG와 삼성이 맞붙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결정지은 삼성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 모두 이날 이겨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경기전 LG 박종훈 감독은 자진 사퇴 발표를 했다. 지난 2년간 LG 사령탑을 맡았던 박 감독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무거웠다. 자진 사퇴를 결정했지만 박 감독은 시즌 마지막이자 LG 감독으로서 마지막 경기를 덕아웃에서 지휘했다.
떠나는 감독을 위해 LG 선수들은 필승을 다짐했다.
삼성에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의 대기록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전까지 시즌 47세이브를 기록중이었다. 지난 2006년 자신이 세운 한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과 타이. 시즌 마지막 경기서 세이브를 달성할 경우 신기록 달성이 가능했다. 오승환이 세이브를 낚기 위해선 삼성이 리드를 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했다. 경기전 류중일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도 오승환의 기록 달성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은 베스트 라인업으로 나섰다.
하지만 오승환에게 기회는 찾아 오지 않았다. 삼성이 패해서가 아니었다. 삼성이 너무 크게 앞서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1-2로 뒤진 5회 타자 일순하며 6점을 뽑았고, 7-3으로 앞선 7회에 또다시 1점을 추가해 8-3으로 크게 앞섰다. 그런데 9회에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질 뻔 했다. 9회말 수비에서 삼성 네번째 투수 명재철이 2사 1,3루를 허용했다. 만약 한 명 더 출루해 2사 만루가 될 경우 세이브 상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타자인 이대형이 2루수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종료됐다.
경기 후 오승환은 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특별히 기록 욕심이 나지는 않았다. 모든 게 경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기록에 상관하지 않았다. 세이브라는 게 이처럼 쉬운 게 아니다"라며 "더 큰 산(한국시리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준비 잘 하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대기록 도우미로 적극 나섰던 류중일 감독도 "오승환이 기록을 세우지 못해 아쉽지만 의도적인 기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LG 선수들은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마저 패하고 말았다. 경기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서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박 감독은 덕아웃에서 코칭스태프 등과 악수를 나누고는 조용히 라커룸으로 빠져 나갔다.
잠실=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