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4·SK텔레콤)은 팬들에게 사인을 할 때마다 깃대를 그려 넣는다. 그리고 그 안에 '9'라는 숫자를 적는다. 프로통산 우승 횟수(LPGA 우승은 4회)다. 올시즌 '9'를 적은지 너무 오래됐다. 이제는 '10'을 넣고 싶어했다.
지난 8월에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쳐 통산 10승의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두자릿수 승수를 쌓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LPGA대회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부상을 극복하고 복귀하는 '지존' 신지애(23·미래에셋) 김인경(23·하나금융) 미셸 위(22, 한국명 위성미) 등 한국선수들과 세계랭킹 1위 청야니(22·대만)와 크리스티 커(34·미국) 등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하지만 가장 유려한 우승 후보로는 최나연이 꼽히고 있다.
LPGA 4승 중 2승을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이뤄냈다. 안방과 같은 익숙한 코스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데다 LPGA 상금 랭킹 9위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톱 10에 들어가 있는 등 올시즌 한국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 대우증권 클래식 준우승 등 올해 국내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3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4일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나연은 "스카이72골프장은 내 골프장 같다. 코스 자체가 나에게 편하고 일하시는 분들이 가족같이 잘 해줘서 마음이 편하다. 한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이번 대회도 기대하고 있다"며 대회를 반겼다. 3연패라는 타이틀이 부담감이 될법하지만 그는 이를 적극 이용하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우승 이후 1년만에 이 코스에 왔다. 좋은 기억이 많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3연패라는 말로 부담을 주시는데 부담이 없는 것보다 있는게 더 낫다. 이를 생각하면 더 집중력이 생길 것 같다."
그러면서 3연패를 위한 세 가지 비결을 소개했다. 운과 인내심 그리고 날씨였다.
그는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만만하게 볼 코스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마지막 홀이 끝나는 순간까지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미들홀에서는 앞바람이 있어서 샷이 길게 나간다. 찬스가 왔을 때만 공략하고 버디는 롱홀(파5)에서 노리겠다"고 밝혔다. 바람으로 인한 영향은 운에 맡겼다.
세 가지 비결로 우승을 만들어낸다면 최나연은 대회 3연패, 한국선수(한국계 포함) LPGA 통산 100승, 개인 통산 10승 등 세 가지 목표도 동시에 이루게 된다.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한국선수 100승이라는 타이틀때문에 한국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부담을 갖는 것 같다. 이런 것을 이겨내고 꼭 대회 3연패와 100승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올시즌 (개인통산) 10승도 채우고 싶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