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KIA 나지완의 꿈, 조범현 감독을 설득시키다

by

시즌 종료가 임박한 시점이 되면 감독과 선수들은 간혹 '동상이몽'에 빠져든다.

감독은 미래를 계획해야 하지만, 선수들은 또 성적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이미 올라있는 팀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단기전 승부를 위해 감독은 주전급에게 휴식을 주려 하는데, 해당 선수는 자신이 목표로 세운 기록 달성을 위해 경기에 나가려고 하는 케이스다. 대표적으로 KIA가 그렇다.

4일 광주구장에서는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SK전을 앞둔 KIA 조범현 감독은 오른손 장타자 나지완을 이날 선발에서 빼려고 했다. 올해 초 발목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만큼 되도록 쉬게하고나서 8일부터 열리는 포스트시즌에 전력으로 투입하려는 계획. 이용규와 김상현도 이 때문에 선발로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나지완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나지완의 꿈은 '3할 타자'보다는 '20홈런 타자'가 되는 것이다. 이 경기를 앞두고 18홈런을 기록 중이라 홈런 2개만 더 치면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 시즌 20홈런' 고지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나지완은 자신의 꿈을 조 감독에게 열심히 설명하게 됐다.

조 감독 :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나지완에게)지완아, 러닝 아직 안했지? 20분 정도 뛰어라. 오늘 선발로 안나간다. (나지완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왜 싫으냐?

나지완 : (머뭇거리면서도 단호하게) 감독님, 저에게는 꿈이 있는데요…

조 감독 : 꿈? 뭔데? 하고 싶은 거 있나.

나지완 : 네. 20홈런이요. 지금 18개 거든요. 러닝하고 올테니까 제발 선발로만 내보내주세요.

조 감독 : (황당하다는 듯) 내보내주면 할 수 있겠나. 홈런 친다고 폼만 커지는거 아냐?

나지완 : 아니에요. 가볍게 휘두르겠습니다. (스윙동작을 취해본다)

조 감독 : (슬쩍 웃으며) 그래 그럼. 하여튼 오늘 못치면 (잔여경기에)안내보낸다. 알았지?

의외로 강경한 나지완의 요청에 조 감독은 못 이기겠다는 듯 애초에 작성해 온 선발 라인업을 수정했다. 결국 나지완은 이날 4번타자로 출전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얻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