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 다섯 명의 세계적인 골퍼가 떴다.
아시아인 첫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39·KB금융),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왕인 김경태(25·신한금융), 올해 US오픈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 지난해 PGA 투어 신인왕 리키 파울러(23·미국), 그리고 지난해 최연소 아시안투어 상금왕인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
8일 개막하는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먹 서먹함은 없었다. 이미 특별한 인연으로 잘 엮여진 그들이었다. 양용은은 회견에 앞서 매킬로이를 보자마자 어깨를 툭 쳤다. 매킬로이 역시 "오우, YE(양용은의 영어 이름 약자)"라며 활짝 웃었다. 노승열은 매킬로이와 파울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 뒤 악수를 나눴다. 올해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던 김경태 역시 "잘 아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노승열과 김경태에게 양용은은 친형같은 존재다. 양용은은 대기시간에 노승열의 손을 꼭잡고 뭔가를 계속 얘기했다.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양용은 VS 영건들' 구도로 이어졌다. 골프를 시작하는 적당한 시기를 묻는 질문이 절정이었다. 매킬로이는 "2세때 골프채를 잡았다(매킬로이는 2세때 이미 티샷을 40야드나 날렸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하면 스윙을 빨리 개발할 수 있고, 손과 눈의 감각이 잘 발달된다"고 말했다. 파울러는 3세때부터 골프를 시작했고, 노승열은 7세때 골프를 접했다고. 노승열은 "매킬로이나 파울러보다 4, 5년 늦게 골프를 시작해서인지 지금 뒤쳐져 있는 것 같다. 빨리 따라잡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10세 때 골프에 입문한 김경태는 "늘 자유롭게 골프를 배웠다. 국내 선수들도 골프를 좀더 즐겁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용은은 멋쩍은 표정이었다. "나는 20세에 골프를 알았다. 어렸을 때는 골프볼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지나고 보니 빨리 배우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나간 세월이 약간 아쉽다"며 껄껄 웃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를 꼽는 질문에 양용은은 매킬로이를, 나머지 선수들은 어김없이 양용은을 꼽았다. 양용은 지난해 10타차를 극복하고 우승한 디펜딩챔피언이다.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세차례 대회에서 우승 2번을 포함해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노승열은 "지난해 10타나 앞서 있었는데 내가 무너져서 우승을 헌납했다. 그 아픔을 이번에는 양프로님께 드리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뒤에서 이를 듣고 있던 양용은은 웃음을 참지 못해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양용은은 "우정힐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 US오픈에서는 매킬로이에게 당했는데 멋진 리턴매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오픈 테마는 '영건 대결'이다. '차세대 타이거 우즈' 선두주자인 매킬로이는 "세계 골프는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우즈가 독점했던 지난 10년같은 세월은 다시 오기 힘들 것이다. 여기 있는 선수들을 비롯해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천안=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