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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도가니' 돌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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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실화를 다룬 영화 '도가니'가 우리 사회를 말그대로 도가니 속처럼 들끓게 하고 있다.

영화 '도가니'는 지난 22일 개봉 첫 날, 관객 12만명을 모으며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몰고 왔다.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8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까지 넘겼다.

영화 개봉에 맞춰 서점가도 한바탕 뒤집혔다. 영화 홍보가 시작된 지난 8월 말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이 단박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더니, 9월 셋째주엔 전체 온라인서점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한 서적 집계에선 무려 31주 동안 1위를 독점했던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끌어내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도가니' 여파에 사법기관도 떠밀리듯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고, 광주교육청은 특별감사반을 구성해 인화학교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정치권에선 오랜만에 여야가 단합해, 장애아동 성폭행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공소시효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도가니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2005년 MBC PD수첩이 이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렸을 때도, 2008년 공지영 작가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했을 때도, 2009년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도 이 정도로 파장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1년 영화 '도가니'는 잊혀진 사건을 재조명하며 사회 전반에 신드롬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흥행의 요인은 우선 영화적 완결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작의 탄탄한 기본 줄거리를 바탕으로 곁가지들을 과감히 쳐내고 사건의 본질로 깊이 파고드는 구성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영화적 감흥 이상의 공분과 눈물을 이끌어냈다. 주연배우 공유와 정유미, 아역배우들의 열연도 큰 힘이 됐다. 잊혀진 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진실에 대한 믿음과 권력에 대한 고발을 녹여낸 것도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때문에 관객들은 차곡차곡 쌓여가는 분노를 실제 사건에 대한 분노로 연결시킬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영화의 영향력이 배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와 함께 '도가니' 돌풍을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정의'에 대한 갈증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많다. 끝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버린 사건과 맞닥뜨리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회현상과 결부된 분노는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에서 그 크기가 증폭됐다.

영화사 펀치볼의 김장욱 대표는 '도가니' 현상에 대해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김대표는 "2001년 당시 IMF 이후 서민의 삶이 망가지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정서적 흐름이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짚어내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 작품이 '친구'였다"며 "'도가니'는 2011년의 대한민국이 정의라는 이슈에 목말라 있을 때 사람들의 목마름을 채워줬다. 그래서 일종의 의무감으로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책을 다시 읽고,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도가니'는 사회적 반향이 커지자 고교생 등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등급을 낮추기 위해 재편집을 하고 있다. '도가니' 돌풍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