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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올인' 성남, 꼬인다 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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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안풀리는 시즌이 있다. 신태용 성남 감독에게 올시즌이 그렇다.

성남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젊은 선수들로 팀을 재편했다.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14~15위를 넘나드는 성적에 머물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라돈치치가 부상에서 복귀하고, 9월 김정우가 제대한다면 전혀 다른 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의 기다림은 적중했다. 라돈치치 복귀 후 후반기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FA컵 결승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상주에서 득점포를 연일 가동하던 김정우마저 건강히 복귀했다. FA컵 우승을 위한 조건이 마련됐다. 그러나 신 감독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김정우 포지션 문제와 대표 차출로 조직력을 완성시킬 수 있는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정우의 부상은 신 감독의 고민을 배가시켰다.

신 감독은 "FA컵 결승 베스트11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맞춰본 적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신 감독이 조직력을 강조하는 것은 25일 전남전(3대2 성남승)에서 느낀 교훈이 크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후반 최고의 공격자원 라돈치치와 김정우를 투입하며 많은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조직력이 와해되며 오히려 힘든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축구는 역시 이름값이 아닌 조직력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조직력을 다지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김정우가 왼쪽 무릎 인대에 손상을 입어 2주동안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FA컵 결승(10월 15일) 출전이 불투명하다. 신 감독은 일단 마지막까지 회복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최적의 포지션을 찾기 위한 실험은 멈춘 상태다.

뿐만 아니라 홍 철과 사샤(호주)가 10월 8일 경기에 뛸 수 없을 예정이다. 10월 16일로 예정돼 있던 성남-강원전은 FA컵 결승 관계로 8일로 옮겨졌다. 하루 전날인 7일은 국제축구연맹(FIFA)가 지정한 A매치데이다. 한국은 폴란드와, 호주는 말레이시아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대표로 발탁된 홍 철과 사샤의 출전이 불가능하다. 사샤는 17일 광주전 퇴장으로 2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 대표차출까지 겹쳐 FA컵 결승 전까지 한경기도 나서지 못하게 됐다. 결국 성남은 결승전 전까지 한차례도 베스트11을 가동하지 못하게 생겼다.

신 감독은 일단 연습경기를 활용할 계획이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이를 악물고 있다. 6개월 내내 고비였는데 겨우 2주 못넘기겠냐는 반응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