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한 축구선수가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찍어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잦은 부상으로 '유리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는 오언 하그리브스(30)였다. 맨유에서 방출된 하그리브스는 새 둥지 찾기가 지지부진하자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개인 훈련 장면을 찍어 전세계 네티즌에게 공개했다. 타이트한 훈련복을 입은채 러닝 머신을 달리고 훈련하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찬사보다 실소를 보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2006년 독일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던 하그리브스의 지난 날을 돌아보면 처량하기 그지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그리브스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맨유의 라이벌 맨시티가 손을 내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활약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하그리브스는 최근 칼링컵에서 부활을 알리는 골을 터뜨리면서 잃었던 신임을 서서히 되찾고 있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소셜 미디어 서비스(SNS) 활용도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축구선수들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이런 SNS를 이용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라프는 23일(한국시각) 이런 선수들의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웨인 루니는 SNS를 통해 악동 이미지를 조금 덜어낸 경우다. 루니는 4월 2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카메라에 욕설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마친 뒤 혼외정사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렀던 터라 카메라 욕설 사건은 루니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일주일이 지난 뒤 루니는 SNS 서비스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일이 많았다. 라이벌 리버풀의 팬이 협박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루니는 이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맨유 우승 직후 가슴털을 19자로 깎은 모습이나 모발 이식 후 사진을 공개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중친화적 이미지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 역시 그라운드 내에서의 이미지를 트위터로 털어내는 선수로 유명하다. 한국 팬들이 보낸 선물 공세에 직접 화답하면서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자기PR에 성공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표출해 오히려 뭇매를 맞는 경우도 있다. 리버풀 공격수 라이언 바벌은 1월 맨유전에서 패한 뒤 주심에게 맨유 유니폼을 입힌 '합성사진'을 게재했다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벌금 징계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일부 선수들이 SNS 서비스를 통해 말실수를 해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 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