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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무대 대구, 승리가 절실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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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한 팀이 있다. 남은 경기에서 전승하고 다른 팀들이 전패한다면 6강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산술적이다. 상대팀들이 바보는 아니다. 승점 3을 거저 줄리 만무하다. 여기에 원래 팀 전력도 좋지 않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승부조작 파문으로 주전급 선수들이 많이 팀을 떠났다. 강등도 없다. 이쯤되면 이 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보통의 팀이라면 느슨해진다. 좋지 않은 결과를 냈더라도 변명거리가 많다. 유망주를 투입하는 등 적당히 떼울 수도 있다. 하지만 대구FC는 다르다.

대구는 24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29로 11위다. 다른 팀보다 1경기를 덜 치렀다. 6위 부산(승점 39)과의 승점차는 10이다. 사실상 6강행은 어렵다. 그럼에도 대구 선수들은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눈빛이 다르다. 특히 승점3이 절실한 6강 언저리에 있는 팀과의 경기에서는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릴 태세다.

이미 희생양도 생겼다. 3위 서울이다. 서울은 9일 열렸던 대구 원정경기에서 1대2로 졌다. 2위 포항과 승점이 4점차로 벌어졌다. 24일에는 홈에서 수원(4위)을 상대한다. 수원은 시즌 막판 '무적의 고춧가루 부대'로 등장한 대구가 껄끄럽다.

대구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생존이 걸려있다. 대구가 걱정하는 것은 2013년 시행될 승강제다. 프로축구연맹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권고에 따라 2013년부터 승강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승강제 세부 계획을 만들고 있다. 연맹은 1부리그에 12개팀을 남겨두겠다고 했다. 4개팀은 내셔널리그와 함께하는 2부리그에 내려가야한다.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예상할 수 있는 기준은 재정상태, 평균관중 등이다.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것이 역대 성적이다. 리그 내에서의 경쟁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결국 성적을 봐야 한다.

대구는 역대 성적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2003년 K-리그에 뛰어든 이후 10위 안에 든 적은 2005년과 2006년 단 2번 뿐이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시즌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마저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때문에 대구는 내부적으로 한자리수 등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 시즌 한자리수 등수 달성한 뒤 내년시즌 6강 진출로 1부리그에 살아남겠다는 것이 대구가 꿈꾸는 청사진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