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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S다이어리] 좋아하는 남자의 섹스파트너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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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S다이어리] 좋아하는 남자와 파트너가 된다는 것



사랑하지만 연인이 되지 못하는 일이 더러 있다. C는 호감을 느꼈던 남자에게 애인이 생긴 뒤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실은 그에게 애인이 생기기 전에 C와 몇 차례 키스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C가 아닌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 그는 C를 가벼운 여자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C는 그런 그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헤어졌을 때 다가갔다. 남자는 실연 때문에 괴로워했고, C는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C는 그와 술잔을 기울이다가 밤까지 같이 보내게 되었다. 알고 있었다. C도 스스로 남자의 욕구와 본능을 이용한 것이라고. 남자라면 여자의 유혹을 엔간해선 거부하지 못한다. '남자'니까. 사랑하지 않는 여자라도 알몸을 보여주면 흥분하는 게 남자니까. 그날 밤 나눈 건 그냥 섹스였다. C는 하룻밤으로 그와의 관계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섹스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도 그녀였다. "그래도 난 좋아. 그에게 뭔가가 되고 싶고…, 그와 오래 만나고 싶으니까. 그에게 또 다른 연인이 생긴다고 해도 나와의 관계는 여전할 거야." 어차피 그는 C를 연인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난한 애인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 무난한 섹스파트너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자주 바뀌면 혼란스럽고 버벅대기 마련이다. 오래가는 섹스파트너를 만나는 일도 그러하다. 조금만 수틀리고 비위가 상하면 인연의 끈을 싹둑 자르는 일은 허다하다. 사람 바꾸는 일에 치중하다 보면 좋은 사랑, 좋은 섹스를 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마음도 외롭고, 몸도 쓸쓸한데 그 욕구를 해소할 상대가 있다가 없다가 변동이 많으면 솔직히 불편하다. 고정적으로 한 사람을 정해놓으면 훨씬 편하다.

"잘못된 거 알아. 바보 같은 것도 알아. 하지만 헤어질 수 없어." C는 그와 파트너십을 벌써 2년 이상 맺고 있다.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시는 데이트는 없다. 그냥 만나서 섹스만 한다. 가끔 그와 사귄다는 상상을 해보고 그도 비슷한 말을 해보기도 하지만, 서로 연인이 되겠다는 적극적인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감정은 빼놓고 시작한 관계였고, 이제와 감정을 만든다면 오래가지 못할 거야. 분명히." C는 그를 속으로 좋아하고 있지만, 이제와 감정을 끌어들이자니 배반감을 느꼈다. 어차피 그는 C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만 드러내면 무슨 의미인가. C도 감정 없는 척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잊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는 오랜 시간 동안 진짜 사랑을 해보겠다는 생각도, 진짜 연인을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여자 혼자 먼저 좋아했다고 해도 막상 그 남자가 음흉하게 다가오면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희롱당한 것 같고 우습게 보여진 것 같아 괘씸하다. 하지만 여자가 욕구불만이라면, 그래서 함께 할 상대가 필요하다면, 그 상대가 '좋아하던 남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누구나 한번쯤, 매력을 느낀 이성과의 잠자리를 꿈꾼다. 그 사람은 그냥 가벼운 욕구뿐이라고 해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그가 살을 부비고 정력을 다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충분히 그러한 행위만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가 다른 여자와 하는 건 정말 싫으니까. 무엇보다 좋아하는 남자가 하자고 하면 거부할 수 없으니까. 비록 그가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남자와 하는 건 그 자체로 좋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