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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무,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가을의 전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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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敗王)에서 '가을의 전설'로!

한 때는 지독히 경기가 안 풀렸다. 실력이 떨어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나가는 경기마다 모두 패하고 들어왔다. 오죽했으면 '패왕'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팬들의 수근거림도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감독에게 "로스터에서 빼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럴 바에는 다 때려치고, 그냥 군대를 다녀온 후 다른 일을 해야겠다며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마우스를 손에서 쉽게 놓지는 못했다. 이렇게 그만둔다면 평생 '패왕'의 낙인이 찍힐 것 같으니 은근히 오기도 났다. 그를 다시 되살린 것, 그것은 '토가 나올 정도의 연습'이었다. 운도 땀흘린 자의 편이었다. 그렇게 그는 절망의 끝에서 다시 우뚝 섰다.

이 얘기의 주인공인 허영무(삼성전자)는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서 열린 '진에어 스타리그 2011'(스포츠조선-온게임넷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정명훈(SK텔레콤)을 3대2로 꺾고 생애 첫 스타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물론 허영무에게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스타리그 예선서 어윤수(SK텔레콤)에 0대2로 패하며 아예 본선 진출조차 못했는데, 김상욱(전 CJ)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와일드카드전이 마련된 것. 이를 통과해 스타리그 듀얼리그에 진출한 허영무는 가까스로 16강전까지 합류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도 고난의 연속. 16강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3명의 선수가 동률을 이루는 바람에 재경기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8강행 막차를 탔다. 8강서도 스타크래프트 부문 현존 최강의 선수인 이영호(KT)에게 1차전에서 패한 후 2,3차전을 내리 따내며 기어이 4강까지 올랐다.

결국 허영무는 최종 무대까지 올랐고, 그의 '질곡의 드라마'는 결승전에 그대로 담겼다. 허영무는 1경기에 공중전 유닛인 캐리어로 정명훈의 압박을 끊어내며 비교적 쉽게 첫 승을 거뒀다.

2경기는 정명훈에게 내줬지만 3경기를 셔틀을 활용한 특유의 플레이로 잡아내며 우승컵에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4경기에서 서로의 유닛을 모두 소모하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정명훈이 다시 승리, 결국 승부는 마지막 경기에서 가려지게 됐다.

역대 스타리그 최고의 대역전극이자 허영무의 감동 스토리는 여기서 완성됐다. 정명훈은 다수의 병력을 동원, 1경기처럼 캐리어로 공격을 풀어나가려던 허영무를 철저히 견제하며 승기를 잡았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그냥 패배를 선언할 정도로 패색이 짙은 상황.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의 '잡초'처럼 결승까지 올랐던 허영무는 물러서지 않았다.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로 정명훈의 병력을 조금씩 파괴했고 침착하게 전력을 재정비, 전세를 조금씩 뒤집으며 마침내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일궈냈다.

또 가을에 열리는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유독 프로토스 종족을 쓰는 선수들의 우승 스토리가 많아 붙여진 '가을의 전설'까지 완성시켰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디펜딩 챔피언' 정명훈은 2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허영무의 기세를 넘어서지 못하며 3번째 스타리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허영무는 이날 우승 상금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허영무는 "'가을의 전설'이라는 스타리그의 역사가 부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결승전을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한때 너무 경기가 풀리지 않아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이를 노력으로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너무 영광스럽다. 프로토스 선수 가운데 첫 스타리그 3회 우승을 차지, '골든마우스'를 따겠다는 목표로 다시 뛰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이날 낮 이상 고온이 이어진데다 빗방울까지 떨어졌지만, 경기가 열린 오후 6시부터는 비가 그치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 평화의 광장을 가득 메운 6000여명의 팬들은 최적의 환경에서 가을 밤 e스포츠 최고의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