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기와 꾸준함의 승부, 쉽게 예측하기 어렵네요."
'꾼'을 알아노는 것은 결국, '꾼'이다. 올 시즌 한 치의 물러섬없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는 삼성 최형우와 롯데 이대호의 프로야구 '안개정국' 홈런왕 경쟁에 대해 2009년 홈런왕 출신인 KIA 김상현이 명쾌한 분석을 내놨다.
김상현은 17일 현재 13홈런으로 전체 17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았고, 시즌 후반에는 투수가 던진 공에 얼굴을 맞는 등 연이은 악재가 겹친 탓이다. 김상현(93경기)보다 적은 출전경기수를 기록하고도 더 많은 홈런을 친 타자는 팀 동료 나지완(78경기, 16개)와 한화 용병 가르시아(63경기, 14개) 뿐. 만약, 김상현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100경기 이상 치러냈다면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슬러거'의 본능를 갖고 있는 김상현에게 올 시즌 홈런 레이스 최후 승자를 누구로 전망하는 지 물었다. 비록 경쟁에서는 멀어졌다고 해도 김상현 또한 한국을 대표할 만한 홈런타자였고, 2009년에는 이대호와의 막판 경쟁을 물리치고 홈런왕을 차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김상현은 36개의 홈런을 치면서 팀 동료 최희섭(33개)과 롯데 가르시아(29개), 이대호(28개) 그리고 히어로즈 브룸바(27개)의 추격을 근소하게 물리치며 힘겹게 레이스 정상에 선 바 있다.
이같은 경험 때문에 시즌 막판 홈런 레이스를 바라보는 김상현의 시각은 보다 현실적이었다. 김상현은 "두 명 모두 최고의 기술과 힘을 가진 선수들이다. 좌·우타자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건 그리 큰 변수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두 선수의 홈런 양산 스타일에 주목했다. 김상현은 "대호는 한동안 침묵하다가도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무섭게 몰아치는 유형이다. 지난 16일 청주 한화전에서 명확하게 나오지 않나. 감을 잡으면 하루 2~3개씩 칠 수 있다"면서 "반면, 형우는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치는 편이다. 비록 대호처럼 2~3개를 연달아 치는 경우는 드물어도 홈런 생산 간격이 그리 멀지 않고, 꾸준하다"고 두 거포를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꾸준한' 최형우와 '몰아치는' 이대호의 승부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김상현은 "정말 미리 짐작키 힘들다. 지금 형우가 2개 차이로 앞서고 있고, 삼성이 롯데보다 경기수도 조금 많지만 그게 큰 차이가 될 순 없다"고 내다봤다. 그런 후 한참 고민하던 김상현은 "만약, 1~2개 차이로 근소하게 승자가 결정된다면 형우가 승자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보다 많이 차이가 나게 된다면 그건 대호가 이겼다는 뜻이다"라고 답했다. 결국 각자의 홈런 양산 스타일과 장점을 최대한 끝까지 이어가는 사람이 '홈런왕'의 자리에 오른다는 결론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