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잠정 은퇴 선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최근 세금 과소 납부 문제로 논란을 겪어온 강호동은 추석 연휴를 앞둔 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TV에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냐"면서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하고자 한다"고 충격 선언했다. 강호동의 이같은 선언은 곧 그가 진행해오던 예능 프로그램 SBS '강심장' '스타킹'과 KBS2 '1박2일', MBC '무릎팍도사' 등에서 모두 하차하겠다는 의미다.
내년 초 전원 하차가 결정돼 있긴 하지만 강호동의 이같은 결정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1박2일'의 남은 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영석 PD는 "추가 멤버 영입은 없다"고 못 박으며 "강호동이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추후 녹화 일정을 강호동과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상태. '강호동=1박2일'로 통할 만큼 강호동의 존재가 크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멤버들의 개성과 역할이 뚜렷한 만큼 이후의 시청자 반응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방송 자체는 가능한 상황이다.
'강심장'과 '스타킹' 등 2개의 프로그램이 걸려 있는 SBS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이달 방송분은 확보한 상황이지만, 강호동을 대체할 MC를 구하기가 쉽진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프로그램 모두 게스트들의 역할이 강호동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강호동이 전반적인 부분을 이끌어가긴 하지만,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는 게스트들에게서 나오는 구조라, 강호동이 빠진다고 해서 프로그램 자체가 침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의 직격탄은 MBC '무릎팍도사'가 맞은 셈이 됐다.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이 없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의 자리는 유세윤이나 올밴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색동옷을 입고 연지곤지까지 찍은 '무릎팍도사' 캐릭터는 강호동과 함께 탄생했고 성장했다. 때문에 강호동의 하차는 곧 프로그램의 폐지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 관계자들은 '무릎팍도사'의 앞날에 가장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강호동 잠정은퇴'에 대한 방송사들의 고심도 본격화되고 있다. 방송계가 '강호동 핵폭탄'에 어떤 해답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