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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자원봉사자-최고 시설 무색케하는 '구민체육대회급' 운영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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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6000여 자원봉사자들일 것이다. 평균 2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구스타디움에서 활약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친절로 무장했다. 또 몸을 던지는 업무 처리로 곳곳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또 하나를 더 뽑으라면 세계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대구스타디움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치러낸 대구스타디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몬도 트랙을 깔고 전광판을 교체했다. 유무선 인터넷도 어디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이 두가지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찾을 것이 없다. 오히려 '최악'을 꼽으라면 무더기로 튀어나온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최악은 '구민체육대회'에나 어울릴 법한 대회조직위원회의 운영능력이다. 탁상행정과 운영미숙으로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과 최고의 시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대회 첫경기부터 대형사고가 터졌다. 27일 여자 마라톤이었다. 대구국채보상공원 출발선 앞에 선수들이 긴장한 상태로 섰다. 총성 대신 종소리가 울렸다. 선수들은 출발했다. 하지만 바로 진행요원들이 선수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사상 초유의 마라톤 재출발사태였다. 갑작스러운 종소리의 이유가 황당했다. 이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범일 대구시장, 에비 호프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부회장이 출발총성과 함께 공원내 달구벌 대종을 동시에 타종하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출발총성과 일치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의 극치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라톤 코스상에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돼 있었다. 선수들은 버스를 피해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레이스 도중 자전거릍 탄 운영요원이 선수들에게 근접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결승점에서 탈진한 여자 선수들을 남자요원이 들어안아 올리는 민망한 장면도 연출됐다. 이 선수들이 향한 곳은 햇볕에 뜨겁게 달구어진 간이 침대였다. 이 장면이 고스란히 전세계로 전파를 탔다.

경기장 입장권 관련도 우왕좌왕이다. 대회 시작전 조직위원회는 전체 입장권의 98%가 팔려나갔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경기장은 빈 좌석 천지다. 대회 셋째날인 29일 좌석판매율은 94.6%였는데 실제입장률은 85.8%에 불과했다. 첫째날과 둘째날도 비슷했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체좌석의 80%가 넘는 35만여석을 지역 기업이나 기관 등이 단체구매했다. 사실상 입장권 떠넘기기다. 결국 조직위의 선택은 '관중동원'이었다. 대구시 교육청은 29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17만5000여명의 지역 학생이 함께 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아침부터 각종 초중고교의 팻말을 건 대형전세버스들이 대구스타디움을 왔다갔다했다. 동원된 학생들은 육상경기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경우도 많았다.

꼼수도 등장했다. 6만5000석이 만석인 대구스타디움은 대회기간중에는 3만5000석으로 정원을 3만명 가까이 줄였다. 경기장 2층 C석 구역은 개회식 이후 대형현수막으로 덮어버렸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많아 보이게 하려는 의도다.

일반 관중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입장권이 중복발권되는 건 약과다. 가장 싼 좌석인 B석(오전 1만원석, 저녁 2만원) 입장권을 갖고 프리미어석인 S석(오전 3만원, 저녁 8만원)으로 들어오는 일도 다반사다. 대구 시내 각지와 대구스타디움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무료셔틀버스는 운영 시간이 들쭉날쭉이다. 배차간격도 일정치 않다. 경기가 끝나고 셔틀버스를 1시간 이상씩 기다리기도 한다.

과도한 외국인 우대정책으로 사대주의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대구스타디움 주변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생수에 일반 시민은 손도 댈 수 없다. 생수병을 쌓아놓은 부스 앞에서는 '외국인만 드립니다(Free Water, foreigner)'라는 문구가 박혀있다. 더위와 높은 습도에 지친 시민들은 물병을 눈앞에 두고도 근처 편의점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27일 개회식에서는 지역구민을 데리고 무단으로 VVIP룸을 침입한 일부 시의원 등도 나와 대회 운영의 후진성을 노출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