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1루주자가 2루 도루에 성공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를 거쳐 2루 커버를 들어온 야수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1루주자가 2루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루에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뭘까. 스타트, 투수가 던진 공의 스피드, 포수의 포구와 송구 동작, 송구의 정확성 등 다양한 변수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도루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포수 송구의 정확성이다.
흔히 '자연태그'라는 말을 하는데, 2루 커버를 들어온 야수가 포구와 동시에 주자를 태그할 수 있도록 송구를 해 준다면 도루 저지율은 더욱 높아진다. 이 점에서 본다면 두산 포수 양의지의 송구는 '경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성이 발군이다.
양의지는 25일 현재 4할9푼5리의 도루성공률로 전체 포수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규정한 포수의 규정 경기수는 팀경기수의 2분의 1이다. 이 기준에 따른 역대 시즌 최고 도루성공률은 KIA 김상훈이 2003년 기록한 5할5푼4리. 그해 김상훈은 125경기에 출전해 37개의 도루를 허용했고, 도루저지는 46개를 기록했다. 양의지는 올시즌 86경기에서 48개의 도루를 허용했고, 47개의 도루를 저지했다. 물론 도루저지수 자체도 전체 포수중 1위다.
최근에는 8연속 도루저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서 1회 강동우의 2루 도루를 저지한 것을 시작으로 25일 인천 SK전서 4회 박진만의 3루 도루를 막은 것까지 상대의 8차례 도루를 연속으로 저지했다.
정확성을 앞세운 송구가 일품이다. 야수가 태그하기 편하게 2루를 기준으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송구를 말함이다. 25일 SK전에서 2회 박정권의 도루때 양의지는 2루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오재원의 왼손에 낀 글러브에 정확히 던져 자연태그로 주자를 아웃시켰다.
양의지는 올초 일본 전지훈련때 당시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포수 훈련을 받았다. 블로킹과 2루 송구 자세를 놓고 끊임없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올해 양의지가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지훈련때 시작된 것이다.
이날 현재 타율 3할3푼5리로 이 부문 4위를 달리고 있는 양의지는 "타격보다는 도루저지율에 더 관심이 간다"며 포수로서의 역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