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시진 감독은 웃었다. 25일 경기전 "벤치에서 봤을 때는 어떻게 저걸 놓치냐 했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이긴거지"라고 했다. 전날(24일)장기영의 실수를 두고 한 이야기다.
참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LG가 4회말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선 '작은' 이병규의 타구가 컸다. 중견수 쪽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하지만 중견수 장기영이 자리를 잡고 잡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공은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이 순간 2루주자 '큰' 이병규가 홈까지 뛰다가 태그아웃됐다. '작은' 이병규는 1루주자 이진영을 지나치면서 선행주자 추월로 아웃됐다. 순식간에 2사 1루가 됐다.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그 때 안 놓쳤으면 1사 1,3루나 2,3루가 됐을 텐데 놓치면서 우리한테 더 좋게 됐지"라고 했다.
그런데 장기영의 실수는 24일뿐이 아니었다. 23일에도 비슷한 타구를 놓쳤다. 수비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자 김 감독은 "아직은 이해해줘야 한다"고 했다. 놓칠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출신 성분'이었다. 2001년 현대 입단당시, 장기영은 투수였다. 그러다 2007년 외야수로 전향했다. 투수로서 빛을 보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2008년 1군에서 9경기를 뛰었고, 작년에야 주전자리를 잡았다. 김 감독은 "발이 빠르기 때문에 좌우 타구는 잘 잡는다. 하지만 아직 외야수 경력이 많지 않아 앞뒤 타구에는 종종 실수를 한다"고 했다. 중견수 수비에서 가장 힘든 타구가 머리위로 넘어가는 타구다.
언제쯤이면 김 감독이 마음 놓고 장기영의 수비를 지켜보게 될까. 잠실=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