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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미녀새' 최윤희, 1인자의 되찾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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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민하지 않다."

한국의 '미녀새' 최윤희(25·SH공사)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걱정보다는 기대가 엿보였다. 지상 최고의 무대가 눈 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하는 최윤희는 "예민하지 않다. 부상도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성적부진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한참 예민해졌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농담까지 곁들였다. 여름만 되면 피부트러블이 생기는 최윤희는 "며칠전 피부과에 가서 여드름을 다 짜버렸는데 예선(28일)까지 흉이 없어지지 않을것 같다.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다. 흉 때문에 얼굴이 다른 선수보다 튀어 보일 것"이라고 농담까지 하며 "결선(30일)날에는 다 나을지도 모른다. 그때 TV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녀새'로 등극할 꿈을 꾸고 있는 최윤희. 한국의 10-10(10개 종목 10명의 결선진출자 배출)프로젝트의 선두주자이며 여자 필드 종목에서 유일하게 톱10에 진입할 선수로 꼽힌다. 한국기록이자 그의 최고기록인 4m40은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 결선진출 커트라인과 불과 10cm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한국 육상계는 그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의 스포트라이트는 실로 오랜만이다. 2000년 15세에 3m10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비상한 최윤희는 2008년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4m15를 넘을 때까지 17차례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여왕'으로 우뚝 섰지만 2008년 신인 임은지(22·구미시청)가 등장하면서 1인자의 자리를 뺏겼다.

배수진을 쳤다. 2010년 초부터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를 지도했던 아르카디 시크비라(이상 우크라이나)코치와 러시아 유학파인 정범철 코치의 지도로 '최윤희 개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과거를 잊고 기초부터 새로 시작했다. 그가 밝힌 훈련방식 변화는 크게 세가지. "예전에는 체력훈련을 양으로 승부했는데 이제는 장대높이뛰기에 필요한 포지셔닝 근육훈련을 주로한다. 질적으로 높아졌다. 장대를 박스에 꽂은 후 꺾는 타점을 높이는 기술도 배웠고 기계체조 훈련을 통해서 공중동작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한달간 동계전지훈련을 실시한 결과 최고기록이 4m16에서 4m25로 늘었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나온 기록경신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이후 들쭉날쭉한 성적에 주변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그를 괴롭혔다, '믿음' 하나로 벼텼다.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훈련에만 열중했다. 어느덧 새로운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을 병행한지 1년 6개월. 최윤희는 지난 6월 10일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 대구스타디움에서 한국신기록인 4m40을 훌쩍 뛰어넘으며 세계선수권 출전자격(B기준기록)에도 턱걸이했다. 26개월만에 한국기록을 경신한 그의 눈에는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한 단계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웅크림이 다소 길었지만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그만큼 더 달콤했다. 육상인들은 최윤희가 지난 5월부터 몸놀림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새로 익힌 기술이 완전히 '자기 것'이 됐다. 기록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이번 대회에서 4m60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순위보다는 기록 경신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4m60을 넘게 된다면 중국의 가오슈잉이 세운 아시아기록(4m64)에 도전해볼 예정이다.

그가 걱정하는 단 한가지는 하늘의 뜻이다. "잘될거라 생각하는데 경기날 비가 온다고 하네요. 조금만 오면 좋겠는데 비가 많이 오고 날씨까지 추워지면 안되는데…."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