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 구질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몰라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 롯데 이대호.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오른데 이어 올해도 24일 기준 타율, 홈런, 최다안타, 타점, 장타율 선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천하의 이대호도 최근 국내 프로야구 투수들의 수준에 혀를 내둘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투수들의 실력이 너무나 향상돼 타석에 서는 타자로서 애를 먹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대호는 "투수들의 구질이 정말 많아져 대처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어 자세한 예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투수들이 던지는 직구는 그냥 직구가 아니다. 예전에는 직구라 하면 공이 회전하는게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정직하게 날아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공은 보기 힘들다. 대부분 투심처럼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떨어지거나 휜다"며 "평범한 직구인 줄 알고 방망이를 돌리려 했는데 공이 뚝 떨어져 타석에서 움찔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올시즌 홈런 개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작년과 같은 기록을 다시 내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었다"며 "지금 나와 최형우(삼성)가 홈런 타이틀을 놓고 경쟁중인데 주변에서 30개를 넘기지 못하는 홈런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에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이대호는 "50개를 쳐서 홈런왕이 되든, 25개를 쳐서 홈런왕이 되든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서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팬들께서도 홈런 개수에 상관없이 나와 형우를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