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두산의 2군 경기가 열렸던 21일 구리구장. 뜨거운 햇살 아래 수백명의 팬들이 운집해 있었다. 이날 선발은 LG 에이스 박현준. 테스트 차원에서 1이닝 만 소화했지만, 수많은 팬들의 그의 모습에 환호성을 질렀다.
7회, 불펜에서 이대환이 몸을 풀고 있었다. 공을 받아주던 이는 올시즌 주키치의 전담포수를 맡기도 했던 심광호였다. 정의윤의 만루포로 6-0이 된 8회초, 이대환과 심광호 배터리는 함께 경기에 투입했다. 둘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를 마친 뒤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심광호를 만날 수 있었다. 안부를 묻자 그는 "실력이 부족해서 2군에 오래 있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심광호는 데뷔 15년차로 2군 선수 중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 보여준 솔선수범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불펜에서 투수의 볼을 직접 받아줬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뒷정리까지 열심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봐온 게 있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2군 생활도 잘하는 형들과 대충하는 형들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부이지만, 2군이라고 열심히 안하는 후배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고생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짧은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심광호는 "후배들한테 운동 열심히 했던 형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최고참이지만, 그의 열정만은 신인선수 못지않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