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넥센 4번타자다. 지난달 LG에서 이적 전에는 1,2군을 왔다갔다 했다. 신분이 '급상승'했다.
자리가 성적을 만드는가 보다. 별볼일 없던 LG에서는 15경기에 출전, 16타수2안타(0.125)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넥센에 와서는 11경기서 홈런만 4개다. 40타수14안타(0.350)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신분만큼 성적도 '급등'했다.
분명 같은 선수다.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있다면 심리적 차이다. 넥센에서는 편안하고, LG때는 부담이 컸다고 한다.
바로 주전과 벤치워머의 차이다. 선수를 180도 다르게 만드는 그 차이, 과연 무엇일까.
▶큰 부담, 이번에 못치면 2군행
송지만은 넥센의 베테랑이다. 얼마전 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주전으로 뛸 때는 몰랐다. 대타요원이나 1.5군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제는 알 것 같고, 또다른 야구의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그러면서 벤치워머의 부담감을 설명했다. "주전으로 나가면 한경기에 보통 4번 타석에 선다. 그 중 한두번만 살아나가면 된다. 그만큼 투수의 구질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지금 못쳐도, 파악을 했다가 다음 타석에서 치면 된다." 이런 기회가 1.5군 선수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타로 나가면 그 타석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못치면 2군행'이라는 부담감에 승부에서 조급해진다. 나쁜 유인구에 쉽게 속는 이유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데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영원히 1.5군으로 남게 된다."
이런 부담감은 스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인식 규칙위원장은 요미우리시절 이승엽(오릭스)의 부진원인에 대해 "감독이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 놓아두면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씩 터뜨려주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한타석 결과에 따라 빼고 그러니 아무리 이승엽이라도 타격감을 찾을 수 있겠나. 이번에 못치면 안된다는 부담감에 선구안이 나빠지고 타격밸런스가 무너진다"고 했었다.
▶"마음대로 놀아라"의 차이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에게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대로 놀게 해줄테니 하고 싶은 것 다 해봐라"라고 한다. 기술적 조언도 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는 지켜만 볼 것이다. 그래야 무엇이 약점인지 알수 있지 않나"라는 게 이유다. 지금 성적이라면, 사실 손 볼 곳도 없다.
감독부터 그러니, 편안해질 수 밖에 없다. LG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이다. 박병호는 "삼진을 당해도 부담감이 없다. 이번에 못치면 다음에 치면 되고, 오늘 안되면 내일 하면 된다. 야구가 재미있다"며 웃는다.
사실 프로에서 뛸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에는 올라있는 선수다. 박병호의 경우를 본다면 문제는 기회가 보장되느냐, 아니냐다. 물론 그만큼의 준비는 필수다.
그 기회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 그에 따라 선수가 달라진다.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