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은 3-4-3 시스템의 선봉장으로 유명하다. 3-4-3 시스템으로 AC밀란을 1998~1999시즌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일본 대표팀에 부임한 직후 준비기간이 필요한 쓰리백 대신 포백을 유지했다. 결과는 카타르아시안컵 우승. 자케로니는 만족하지 않고, 전가의 보도 3-4-3 시스템으로 전환을 꾀했다.
그러나 아직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 6월 일본에서 벌어진 기린컵에서 3-4-3 시스템을 줄곧 고수했지만, 페루와 체코를 상대로 두차례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경기에서 한골도 넣지 못했다. 일본 축구 전문가들은 수비와 공격 전개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아시안컵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도 동시에 했다. 무엇보다 골결정력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자케로니식 3-4-3 시스템은 양 측면의 윙플레이를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중앙 공격수는 기술보다는 힘과 제공권을 갖춘 전형적인 타깃형 공격수를 선호한다. '헤딩머신' 올리버 비어호프(독일·은퇴)는 자케로니 밑에서 세리에A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일본에는 이처럼 제공권이 뛰어난 공격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득점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자케로니 감독은 결국 한-일전에서 3-4-3카드를 포기하고 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자존심 강한 자케로니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자케로니 감독은 지난해 유벤투스 감독 시절 이탈리아 언론으로부터 유벤투스와 3-4-3 시스템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온갖 비판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킨 바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케로니 감독은 한-일전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이 원톱을 쓰는 것도 자케로니 감독이 3-4-3 카드를 포기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원톱 체제에서는 포백을 사용한다. 한명의 공격수는 두명의 중앙 수비만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수비숫자를 늘린다면 한국이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강점인 미드필드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케로니 감독의 4-2-3-1 시스템에도 3-4-3 시스템과 비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측면 공격을 선호한다. 일본의 측면 공격수는 전통적인 타입의 윙어는 아니다. 그래서 일본의 왼쪽을 책임지던 나가토모(인터밀란)의 결장은 뼈아프다. 때문에 이번 한-일전도 자케로니 감독의 색깔을 100% 보기는 어렵다.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일전과 마찬가지로 측면보다는 중앙쪽에 초점을 맞추고 수비에 임할 필요가 있다.
일찌감치 한국은 4-2-3-1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이 같은 시스템으로 나선 이상 각 포지션만다 매치업이 불가피해졌다. 개인기량과 체력이 중요해졌다. 일본의 미드필드가 강점이지만 조광래 감독은 맞불작전을 놓겠다고 했다. 조 감독은 9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미드필드는 수준급이다. 그러나 비책이 있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