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치욕의 날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대3으로 크게 졌다.
3골차 패배는 1974년 제3회 한-일정기전에서 1대4로 패배한 뒤 37년만이다. 한 골도 못넣고 3점차 패배는 1954년 처음 맞대결을 펼친 이래 75번째 경기만에 처음이다.
완전히 농락당한 한판이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든 선수들이 우왕좌왕했다. 실력의 패배였다.
일본이 주도권을 잡고 흔들었다. 짧은 패스를 통해 주도권을 잡았다. 볼점유율을 크게 높인 채 자신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대로 펼쳤다. 한국은 이근호와 차두리의 슈팅이 나온 것 외에는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압박도, 패스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제골은 일본의 몫이었다. 전반 34분 가가와가 첫 골을 넣었다. 엔도의 패스를 받은 이충성이 바로 힐패스해주었다. 공을 잡은 가가와는 이정수를 농락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앞서나갔다.
후반 들어 한국의 수비는 맥없이 무너졌다. 후반 초반부터 흔들렸다. 후반 7분 추가골이 터졌다. 고마노의 슈팅이 골키퍼 정성룡의 손에 맞고 나온 것을 문전 오른쪽에 있던 가가와가 왼발로 살짝 내줬다. 혼다는 지체없이 왼발로 슈팅을 연결, 골망을 갈랐다. 2분 뒤 일본의 골이 다시 터졌다. 가가와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기요타케가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면서 오른발로 가볍게 방향을 바꿔 넣었다. 3골차로 벌어지자 한국 선수들은 보기 애처로울 정도였다. 이충성과 혼다에게 계속 슈팅을 내주었다. 후반 25분 에는 우치다에게 일대일 찬스에 이은 슈팅까지 내주었다. 이 슈팅은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한국도 찬스는 있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이 나타났다. 후반 27분에는 구자철이 기성용의 프리킥을 그대로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31분 구자철은 또 찬스를 놓쳤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에서 허공을 향해 슈팅하고 말았다.
이후 마음이 급해진 한국 선수들은 중거리슈팅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하늘로 뻥뻥 차올린 슈팅과 함께 한국 축구의 꿈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삿포로(일본)=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