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은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복병의 하나다. 기상청과 식약청의 식중독지수도 연일 '경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고 단계에서는 음식물의 부패가 빨라져 식중독균도 3~4시간이면 약 100배 가량 증식한다.
이럴 때 면역력이 저하되고 위장기능이 약해진 임산부의 경우 단순한 식중독에도 심한 복통, 설사, 구토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더구나 태아에 대한 걱정으로 치료를 기피하다 태아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임산부가 식중독에 걸렸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유산, 태아 사망, 조산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광사여성병원 내과 정은석 과장은 "임산부가 식중독에 걸렸을 때 고열과 함께 설사가 발생하면 탈수나 전해질 이상으로 인해 조기 진통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음식은 뭘까. 미리 요리된 치즈, 우유, 고기, 샐러드 등과 같은 조제식품에 잘 감염되는 리스테리아균은 유산 및 조산을 일으킬 수 있다. 소고기나 가금류 등을 날것이나 덜 익혀 먹을 경우 감염될 수 있는 캄필로박터균, 주로 수인성으로 전염되는 살모넬라나 시겔라(이질)균도 태아 사망이나 조산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임산부가 식중독에 걸리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보통 수액주사를 통해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고 안정을 취하면 호전된다. 필요한 경우 항생제 처방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항생제는 미국 FDA 의약품 분류 B 또는 C로 태아의 건강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적절히 사용한다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정은석 과장은 "식중독으로 인한 설사는 대부분 균이나 독소를 몸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이 대부분인데 이때 지사제를 복용하면 이러한 균과 독소가 몸속에 계속 머물게 된다"며 "지사제를 사용해 설사를 억지로 제어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체외배출을 유지하고 수분공급을 충분히 해주는 편이 증상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매실액을 약 대신 마시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매실에 들어있는 '카테킨'이라는 산성 성분이 장 살균 및 장연동운동을 촉진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물지 않은 매실 씨앗은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시안배당체라는 자연독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정제한 후 음용해야 한다.
임산부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관리다. 냉장 보관은 세균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겠으나, 세균이나 독소를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은 꼭 끓여 마시고, 음식물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야채의 경우 깨끗이 씻어 먹고, 음식을 먹기 전에 항상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예방 측면에서 중요하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