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스트 정규 1집 수록곡 '비가 오는 날엔'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으면서 '심의 기준 논란'이 불거졌다. 비스트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곡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아왔지만 이번에 유독 논란이 거센 것은 비스트가 청소년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둘러싼 논란을 집중 분석해 봤다.
▶청소년 유해 매체 판단 기준은?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에 의거해 일반 심의기준과 개별 심의기준을 세웠다.
일반 심의기준은 '실제로 제작·발행·수입 된 매체물에 대해 전반적인 맥락을 고려해 2인 이상의 위원이 심의할 것'을 명시한 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개별 심의기준은 선정적·폭력적 표현이나 술과 담배 등 유해약물 사용 조장 내용, 도박과 사행심 조장 및 범죄를 미화하거나 상세 묘사하는 행위, 유해 업소 및 불건전 교제, 비속어, 역사적 사실 왜곡 등을 금지하는 14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유해약물)', 박재범 '돈트 렛 고(선정성)', 애프터스쿨 '펑키 맨(선정성)', 엑스파이브 '판타지(비속어, 유해업소)', 포미닛 '하트 투 하트(유해업소)'와 시크릿 송지은 '미친거니(범죄조장)' 엠블랙 '다시(폭력성)' 등도 이에 의거해 지난 14일 무더기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누가 유해물 결정하나? 결정 그후는?
유해 매체물에 대한 우선 심의는 음악평론가, 방송PD, 작사가, 미디어 전문가, 언론인, 변호사, 청소년 관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음반심의위원회에서 진행한다. 이후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최종 심의·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제작·발행자·유통사 등으로부터 사전 의견을 제출하게 해 이를 심의에 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결정된 유해 음반은 '19금' 표식이 붙는다. 음원을 들으려면 실명 인증을 하고 성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뮤직비디오는 인터넷 상영 시 청소년 유해 로고 및 문구를 삽입해야하며,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평일 오전 7시~9시와 오후 1시~10시, 공휴일 및 방학기간 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방송에 노출될 수 없다. 청소년 관객이 포함된 공연에서도 해당 매체물을 노출시킬 수 없다.
결국 유해 매체물로 판정 받으면 아이돌 그룹의 경우 그 곡으로 사실상 활동이 불가능해 진다.
▶유해 매체물 결정의 문제점은?
네티즌들은 '심의기준 모호'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술, 자살, 폭행 등의 표현을 금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바이브 '술이야', 박현빈 '곤드레만드레', 언타이틀 '자살', 자우림 '낙화' 등 직설적으로 '여성가족부 지정 금지표현'을 사용한 노래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매번 유해매체물 목록을 고시할 때마다 심의기준에 대한 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유해 매체물 지정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 음반심의위원회가 2주에 한 번 심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한 달에 한 번 심의를 진행하다보니 실제 유해 판정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음반 혹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1~2달 뒤다.
실제로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은 5월 12일에 선공개됐지만 청소년 유해 매체물 효력은 7월 21일부터 발생했다. 청소년들이 음악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노래를 듣고 뮤직비디오를 봤고, 심지어는 해당 앨범 활동이 끝난 시점에서 유해 판정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말그대로 유해 판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이정혁 · 백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