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남자다잉~."
정석원을 표현하는 데 요즘 유행하는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할 듯하다. 다부진 체격, 선 굵은 얼굴, 날카로운 눈매, 거침 없는 솔직함…. 그가 가진 이 모든 장점이 하나로 융합돼 시너지가 폭발한 작품이 바로 영화 '짐승'이다. 실종된 여동생의 자취를 쫓으며 점차 짐승으로 변해가는 한 남자의 외로운 사투를 그린 이 영화에서 정석원은 생애 첫 주연을 맡아 거칠고 야성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칭찬하자 정석원은 쑥스러운 듯 빙그레 웃음부터 지었다. "연기를 막 시작했던 2009년 겨울에 찍은 영화예요. 그때는 제 연기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너무 부끄러워요. 당시만 해도 작품 경험도 많지 않고 연기의 기초가 부족한 상태였으니까요. 극중 인물의 감정만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꾸밈없이 연기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쉽다"는 그의 소감과는 달리 얼굴에선 자부심도 엿보였다. 고생한 만큼 애착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한때 무술감독을 꿈꿨던 스턴트배우에서 연기자가 된 정석원은 이번 영화에서 동료 배우들과의 완벽한 호흡으로 정교하고 힘있는 액션을 그려냈다. "상대 배우들이 스턴트맨 출신이 아니잖아요. 제가 다치게 할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요. 거의 모든 배우들과 계속 돌아가면서 '합'을 맞췄어요. 동작뿐만 아니라 힘의 크기도 기억해야 하니까 거의 쉬지를 못했죠."
그의 노력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스턴트도, 심지어 와이어도 없는 리얼 액션의 처절함은 객석을 압도한다. 덕분에 '짐승'은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4분만에 표를 매진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사주에서도 일과 애정운은 상통한다고 했다. 정석원은 요즘 일도 술술 풀리고 애정도 만개했다. 모두가 잘 아는 여자친구 백지영 이야기다. 여자친구의 이름만 들어도 정석원의 입가엔 핑크빛 웃음이 감돌았다. "사실 행복합니다. 요즘엔 바빠서 주로 전화 통화를 하고 가끔 식사를 같이 해요. 아홉살 나이 차이는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편하고 좋아요."
안팎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백지영만 만나면 모든 게 싹 사라진다고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백지영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렇게 말이 잘 통할 수가 없어요. 눈빛만 봐도 알죠. 이런 눈빛을 보내면 밥 먹으러 가자는 뜻, 저런 눈빛을 보내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다는 뜻. 이렇게 장난을 주고 받는데, 서로 코드가 잘 맞아요."
정석원은 직접 눈짓과 눈빛으로 둘만의 '사랑의 대화'를 보여줬다.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얼굴로 말이다. "주변에서 '백지영의 남자'라고 하는 말도 들었어요. 백지영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저를 어리게 보지 않도록 일적으로도 나만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싶어요. 그만큼 노력할 거고요. 언젠가는 '백지영의 남자'가 아닌 '정석원의 여자'로 만들고야 말겠습니다. 하하."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