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사진 좀 찍어도 돼요?"
소속사 제이원플러스 측에서 "황우슬혜는 생긴 것과 달리 정말 털털하다"며 벼룩시장에서 만나자고 제안했을 때는 '와, 재미있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각종 홍보와 인터뷰 스케줄에 황우슬혜가 질려 있으니, 바깥 나들이가 오히려 좋을 것"이라는 말에도 안심이 됐다. 그렇게 해서 황우슬혜를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만났다.
하지만 당일 약속 장소에 가 보니, 한여름 쨍쨍한 햇살에 벼룩시장 길은 너무 뜨거웠다. 게다가 평일 낮인데도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한가하게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 그래도 청바지에 흰 티셔츠 차림의 황우슬혜는 더위에 땀을 흘리면서도 즐거워 보였다. "늘 안에서 경직된 인터뷰만 하다가 이렇게 나들이 나오니 정말 좋은데요?"라며 초면인데도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아가씨, 사진 좀 찍어도 돼요?"라며 말을 거는 아저씨 팬들의 적극 공세(?)를 힘겹게 뚫고 진행된 황우슬혜의 벼룩시장 탐방기를 지면 공개한다.
▶길거리표 음료수? 콜~
벼룩시장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황우슬혜의 눈에 띈 것은 '길거리표' 음료수를 파는 좌판. 워낙 더운 날이어서 자동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황우슬혜가 먼저 "저거 하나씩 사 먹죠"라며 좌판으로 걸어갔다. 단맛이 강한 미숫가루를 한 컵씩 들고 걸었다. "다이어트 안 해도 돼요?"라고 묻자 "에이, 이런 것도 안 마시고 어떻게 살아요"라며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그리고는 "드라마(KBS2 '사랑을 믿어요')를 찍다 보니 체력이 남아나지 않아요.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힘내서 움직여야죠"라고 덧붙였다. 종이컵을 들고 씩씩하게 걷는 황우슬혜의 얼굴에 땀이 배어나자 스타일리스트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얼굴을 매만져줬다. 황우슬혜는 "아, 이렇게 나들이 나온 양 별 생각 없이 있다가 밉게 사진찍히면 안 되는데…잘 부탁드려요"라며 한 번 웃어보였다. "밉게 보이면 안 된다"면서도 황우슬혜는 용감했다. 흙먼지 날리는 길에서 수많은 행인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아저씨 팬이 와글와글
"TV에 나오는 아가씨네." "사진 좀 찍어도 돼요?" 처음에는 황우슬혜를 못 알아보던 행인들이 조금씩 '연예인 포스'를 알아채기 시작했다. 한 가게 앞에 오랫동안 서 있다 보니 시선이 쏠린 것. 차림새는 평범했지만 군중 사이에서 확 눈에 띄는 작은 얼굴과 긴 팔다리 때문이었다. 평일 한낮 황학동 벼룩시장 인구는 대부분이 40~50대 남성들.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의 주 시청자층도 아니요, 최근 황우슬혜가 출연한 공포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를 봤을 법하지도 않다. 하지만 황우슬혜를 둘러싼 웅성거림은 점점 커졌고, "정말 예쁘게 생겼다"는 덕담도 많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폰 카메라를 무작정 들이대는 '아저씨 팬'들의 등장에 황우슬혜의 매니저는 "어르신들이라 죄송해서 함부로 찍지 마시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곤란해했다. 황우슬혜는 길을 걸으며 쿨하게 속삭였다. "제가 데뷔 전에 길거리 캐스팅도 많이 당했거든요. 저렇게들 말씀해주셔서 그땐 저만 제일 예쁜 줄 알았어요.(웃음)"
▶헉! 살아있는 누에도 있네
이날 황우슬혜가 찾은 흥미로운 물건은 아주 많았다. 믿거나말거나 조선시대부터 내려왔다는 놋쇠 요강, 100년이 넘었다는 골동품 자전거, 대리석으로 된 정원등 받침 등이 황우슬혜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덥석 살 만하지는 않았다. 놋쇠 요강 가격이 50만원이라는 말에 황우슬혜는 "와, 가격만큼 자주 쓰진 않을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황우슬혜는 배우 채시라가 젊은 시절 표지모델로 나온 잡지를 발견하기도 하고, 옛날 '국민학교' 교과서를 보고 즐거워하기도 했다. "제가 나름대로 선생님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교과서를 보니 애정이 많이 가는데요?" 하지만 황우슬혜를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살아있는 누에를 상자에 가득 담아 놓은 가게였다. 진짜 누에가 뽕잎을 먹으며 꿈틀대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황우슬혜는 "몸이 스멀스멀해요"라면서도 가게 앞을 떠나지 못했다. 가게 주인은 "약으로 쓰는 건데, 비단 만드는 아이들이라 비단처럼 부드러워요. 물지 않으니까 한 번 만져봐요"라고 황우슬혜를 설득했다.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모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황우슬혜만 누에를 손가락으로 쓰다듬고는 "진짜 부드럽네요!"라고 탄성을 질렀다. "저도 이런 누에는 처음 봤어요. 세상에 이런 경험을 어디 가서 하겠어요?"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