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보다보면 가끔 감독들이 볼판정에 대해 어필을 한다. 벤치에서는 높낮이만 볼수 있는데도 "왜 볼이냐"며 따진다. 그 근거는 포수의 움직임이다. 포수들이 아쉬워하거나, 스트라이크라고 확신하는 동작이 나오면 감독들이 뛰쳐나간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서, 확실히 볼수 있는 사람은 주심이다. 투수의 구질에 대한 평가를 심판들이 정확히 할 수 있는 이유다.
주심은 투구의 높낮이와 좌우움직임까지 볼 수 있다. 여기에 볼끝까지 느낄 수 있다. 임채섭 심판은 "포수 뒤에서 공을 보기 때문에 공이 솟아오르는 느낌까지 알 수 있다. 어떤 공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투수들은 스피드가 빠르지 않은데 끝에서 꽂히는 느낌을 준다.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거의 없이 공끝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각팀의 스프링캠프 때 심판들도 동행을 한다. 시즌을 앞두고 심판들도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가끔 감독들이 심판들에게 "공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공을 가장 정확히 보는 위치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대부분 심판들의 평가가 들어맞는다. 입체적으로 체감스피드와 궤적, 투구밸런스까지 꼼꼼히 체크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예전보다 주심들이 더 긴장을 한다. 투수들의 구질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공의 변화가 심해졌다. 한 심판은 "솔직히 한두개 정도 공의 궤적을 놓칠 때가 있다"며 웃는다. 포크볼 같이 포수 무릎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공이 특히 보기 힘들다고 한다.
타구에 맞는 일도 많아졌다. 다양해진 변화에 투구가 배트에 스쳐 심판에게 날아가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정말 멍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심판이 보기에도 정말 두려움을 갖게 했던 투수는 누구일까. 몇몇 베테랑 심판은 "현역시절 선동열"이라고 귀뜸했다.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