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말년 병장.
제대를 앞두고 병장들이 몸을 사리는 것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다. 상주 상무의 병장들의 얘기다. 그동안 상무 말년 병장들은 후반기 성적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제대를 앞두고 몸을 사리기 때문에 매 시즌 후반기에 상무 성적이 하락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두 시즌 후반기 상무(당시 광주 상무)의 성적 하락세는 뚜렷했다. 지난해 7월 말까지는 9위를 유지하다 8월초부터 성적이 추락해 1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09년에는 극과 극을 오갔다. 7월 11일까지 선두를 달리던 상무는 결국 11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에는 선두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6월 말부터 하락세를 거듭하더니 13위까지 추락했다. 말년 병장들에 대한 안 좋은 얘기들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보니 말년 병장들이 억울했나보다. 하소연했다.
경기도 성남 국군체육부대를 떠나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상주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상무 선수들이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상주 관계자는 "최근 승부조작과 성적부진으로 인해 상주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입을 열더니 "구단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상주 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병장들이 전면에 나섰다. 주장이자 9월 21일 전역을 앞두고 있는 김영삼(29)은 이 관계자에게 "우리는 (군기가) 빠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단다. 김영삼은 "'제대를 앞두고 빠졌다. 병장들의 취약점이다'라고 얘기하는데 우리는 경기에서 제대로 안 뛰면 경쟁에서 더 낙오된다. 제대후에도 정규리그가 진행 중이니 소속팀에 복귀해서 경기에 나서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년 병장 중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도 있다. 공격수로 변신한 김정우(29)다. 그는 올시즌 팀 사정상 공격수로 변신해 정규리그 득점 2위(12골)에 올랐다. 말년 병장의 '직무유기'는 찾아볼 수 없다. 제대를 60여일 남겨둔 말년 병장 김정우는 발목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선발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3골을 쓸어 담았다. '살림꾼' 미드필더 정경호(24) 역시 같은 케이스. 무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에 이 사실을 숨겼다. 경기 출전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결국 탈이 났다. 지난 5월 말 경기를 마친 뒤 무릎이 부어오른 것을 본 코칭스태프가 검사를 받게 한 결과 연골 파열 진단.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접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상주 코칭스태프가 "진작에 아프다고 말했으면 경기에 넣지 않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상주에 9월 21일 전역을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은 김영삼, 김정우를 포함해 모두 15명(승부조작 가담 선수 제외)이다. 상주 유니폼을 입고 8경기에 더 나서야 한다. 이들은 변수가 없는 한 전역전 마지막 경기까지 소화한 후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