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부.' 빠른 발을 앞세운 두산의 기동력 야구를 상징하던 말이다.
하지만 다이내믹함이 물씬 풍기던 이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췄다. 2000년 이후 두산의 발야구가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는 2006~2008년 3시즌이었다. 도루 숫자만 보더라도 두산은 이 기간 총 482개를 기록하며 8개팀중 가장 활발한 베이스러닝을 과시했다. 베이스를 휘저으며 상대 수비의 혼을 빼놓는 기동력의 야구로 두산은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등이 두산 발야구의 핵심멤버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두산 발야구는 실종 상태다. 민병헌이 경찰청에 입대한데다 이종욱 고영민 등이 자주 부상을 입어 기동력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큰 것 한 방에 의존하는 선굵은 야구로 색깔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시즌 중반 들어 발야구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18일 현재 두산의 팀도루는 73개로 8개팀중 공동 3위까지 올랐다.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기동력 야구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이다. 이종욱이 부진에서 벗어나 붙박이 톱타자로 돌아왔고, 도루(29개) 1위 오재원도 2번 타순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또 최근 8경기에서 고영민이 타율 2할9푼6리, 정수빈이 3할1푼8리로 타격감을 찾으며 하위타선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7월 들어 테이블세터 이종욱-오재원, 8,9번 고영민과 정수빈이 고정 배치돼 출전하고 있다. 7월 이후 이들 4명이 동반 선발출전한 것은 8경기중 5번이나 된다.
그러나 두산 발야구가 좀더 위력을 발휘하려면 출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7월 이후 이들 4명의 평균 출루율은 3할2푼에 불과하다. 팀출루율 3할1푼5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6월 상승곡선을 그리던 두산 공격력이 7월 들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들의 출루율 하락이다. 발은 활기차게 움직이지만, 기회가 제대로 마련되고 있지 않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고 하지만, 살아나가야 뭔가 일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이들의 출루율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