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강타했던 지긋지긋한 장마는 K-리그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장마동안에도 축구는 계속됐다. 야구 등 기타 실외스포츠는 비가 내리면 취소되지만 축구는 끄떡없다. 폭우속에도 K-리그는 계획된 일정을 모두 소화해냈다.
올시즌 K-리그에는 21경기의 수중전이 열렸다. 지금까지 치뤄진 144경기 중 14.5%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중전은 볼의 속도나 체력 등에서 정상 컨디션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에 비해 변수가 많다. 전력차와 관계없는 이변의 결과가 자주 연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와 K-리그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면 K-리그 판세가 보인다.
올시즌 수중전을 가장 많이 치른 팀은 수원이다. 수원은 벌써 5경기를 치렀다. 수중전 결과와 성적표의 상관관계가 재밌다. 수원은 전반기 중반까지 수중전에서만 3연패를 기록하며 12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대전을 3대1로 꺾은데 이어 16일에도 인천을 1대0으로 물리쳤다. 수중전 2연승으로 순위가 7위까지 올랐다.
수원이 5경기를 수중전으로 치른 동안 전남은 유니폼에 물을 묻힌 경기가 한경기도 없다. 전남은 승부조작과 대표차출로 선수층이 부족하다는 평가속에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전남이 수중전으로 인한 격한 체력소모를 하지 않은 점이 얇은 선수층에도 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비를 가장 반기는 팀은 어디일까? 리그 5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부산과 포항이다. 부산은 수중전에서 4연승, 포항은 3연승을 달리고 있다. 한번도 패배가 없다. 부산은 지금까지 거둔 8승 중 절반을 수중전에서 올렸다. 수원, 울산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 올린 성과다. 포항도 빗속에서 무려 12골을 쓸어담으며 3승을 올렸다.
전북(1승1무·1위), 서울(2승1무1패·7위)도 비와 상관없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 재밌는 것은 롱패스보다는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을 즐겨하는 팀들이 수중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경기장 시설이 좋아지며 배수가 잘돼 오히려 더 빠른 패스게임이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위권에 있는 대전, 인천(이상 2패) 강원(1패)이 역시 수중전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여름은 유난히 많은 비가 예고돼 있다. 비에 웃고 우는 팀을 살펴보면 K-리그 순위 싸움에 힌트가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