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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꿈' 박태환의 새벽5시 '파카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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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호주의 브리즈번은 겨울이다.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은 그곳에서 6개월 지옥훈련의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수영복 위에 두툼한 겨울 점퍼를 주섬주섬 껴입고 야외수영장으로 나선다. 기온은 한국 가을 날씨같은 섭씨 10도 내외지만 새벽 공기가 유난히 차다. 으슬으슬한 한기를 밀어내고 물속에 들어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지난 2월 호주 전지훈련을 시작한 이래 하루도 거른 적 없는 새벽훈련이다. 생애 4번째, 상하이세계선수권을 향한 외로운 싸움이다.16살이던 2005년 몬트리올에선 경험을, 18살이던 2007년 멜버른에선 금메달을 얻었다. 20살 되던 2009년 로마에선 악몽같은 패배를 맛봤다. 18일 입성할 '약속의 땅' 상하이에선 다시 승리의 포효를 꿈꾼다.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의 영광을 선물한 그 땅에서 또 한번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6월 따뜻한 나라 멕시코에서 고산훈련, 미국 산타클라라 대회 출전을 마치고 돌아와 갑자기 바뀐 날씨 탓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의 집에서 겨울옷을 급히 실어날랐다.

7월 첫 2주간은 마무리 '스피드 업' 훈련에 몰두했다.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에 따라 50m를 8~12번씩 오가며 목표기록을 내는 데 전념했다. 올 시즌 박태환은 고심끝에 1500m를 버렸다. 100-200-400m 중단거리 레이서로 변신한 만큼 스타트, 턴, 돌핀킥이 승부의 관건이다. 스피드를 위해 파워 넘치는 속근을 키웠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훈련량을 반영하듯 지난 6월 미국 산타클라라 그랑프리에 모습을 드러낸 박태환의 상체 및 어깨 근육은 더욱 촘촘해져 있었다.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돌핀킥을 위해 스트레칭에도 몰두했다. 돌핀킥은 허리의 유연성이 생명이다. 유연성을 타고난 펠프스에 비해 박태환은 뻣뻣하다. 1m98의 경쟁자 쑨양에 비해 신장도 작다(1m83). 세계 정상급의 스트로크, 극강의 레이스 운영, 지독한 훈련량으로 신체적 제약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

볼 코치는 상하이 입성을 앞두고 훈련시간과 훈련량을 조정했다. 새벽 5시30분 훈련을 오전 9시로 늦추고, 오후 4시30분 훈련을 오후 2시로 앞당겼다. 상하이의 여름 날씨에 맞게 '맞춤형'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무리한 웨이트트레이닝 대신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경기 당일 최선의 컨디션을 위해 하루 1만5000m씩 이어지던 강훈은 하루 6000~8000m로 줄였다. 부담스런 육식보다는 소화가 잘되고 부드러운 한식으로 식단도 바꿨다.

쾌활한 박태환은 요즘 들어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승리의 그날에 모든 정신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태환표 금메달 패션도 일찌감치 준비했다. 유니폼 및 신발, 헤드셋에 '패셔니스타'다운 취향을 담아냈다. 의류 및 용품후원사인 휠라코리아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박태환 유니폼 제작을 극비리에 마친 후 호주로 공수했다. 승리를 위한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중이다.

박태환은 18일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한다. 24일 자유형 400m 예선과 결승을 시작으로 25~26일 자유형 200m, 27~28일 자유형 100m에서 뜨거운 레이스를 펼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