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운이 없나봐요. 벌써 5개째 입니다."
롯데 손아섭이 올시즌 '잃어버린 홈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손아섭은 주중 부산에서 열린 한화와의 2경기에서 아쉽게 홈런 2개를 날려버렸다. 12일 열린 3연전 첫 경기에서는 2회 2사 만루 찬스에서 한화 선발 양 훈의 공을 밀어쳐 좌측 폴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 파울. 종이 한 장 차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살짝 폴을 비켜나갔다. 손아섭의 표정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14일 경기. 손아섭은 0-0이던 3회말 2사 1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엔 김혁민이 던진 공을 시원하게 잡아당겼다. 홈런이라 생각될 만큼 큰 타구였지만 공은 결국 사직구장의 펜스 상단에 맞고 말았다. 1루 주자 김주찬을 불러들이며 선취 타점을 올렸지만 본인은 홈까지 파고들다 허무하게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이것들 뿐 아니다. 손아섭은 올시즌 사직구장에서 위의 타구 2개를 포함해 펜스 상단에 맞는 타구 3개, 폴을 살짝 벗어나는 타구 2개를 쳐냈다. 폴을 벗어난 상황은 두 번 모두 만루여서 아쉬움이 곱절이다. 손아섭은 이에 대해 "타자로서 매우 아쉽다. 특히 끝내기 상황이나 만루에서 이런 타구들이 계속 나와 아쉬움이 더욱 크다. 올해는 홈런 운이 따르지 않나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호형 보다는 낫다. 대호형은 지난 몇년 간 펜스 상단에 맞는 타구들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고 했다. 사직구장은 펜스 높이가 4.8m나 될 정도로 높다.
본인은 개인성적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섭섭하겠지만 팬들은 즐겁다.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손아섭의 리액션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 부산 넥센전에서 7-7로 팽팽히 맞서던 9회말 2사후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투수 이정훈의 공을 잘 밀어친 손아섭은 홈런임을 직감,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을 펼쳐들며 1루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왠일. 공은 펜스 상단에 맞았고 여유있게 뛰던 손아섭은 죽을 힘을 다해 2루까지 뛰었다. 끝내기 홈런의 영웅이 될 뻔하다 순식간에 '개그맨'이 된 순간이었다. 손아섭은 당시를 "아쉬움과 민망함이 동시에 밀려오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14일 경기도 마찬가지. 손아섭은 "홈런임을 직감하고 조금 천천히 뛰었다. 홈런을 치고 멋지게 베이스를 도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로망"이라며 "만약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했다면 홈에서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14일 현재 8개의 홈런을 치고 있는 손아섭. 5개 중에 2개만 홈런이 됐더라도 이미 홈런 10개를 채울 수 있었다. 손아섭은 "홈런도 중요하지만 타율을 더 올리고 찬스에서 타점을 더욱 많이 올리는 타자가 되고 싶다"는 의젓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아, 생각할 수록 아쉽네"라며 입맛을 다셨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