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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신 산토스, 꺽다리 사샤에 또 굴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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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에 뽑힌 성남 사샤(호주)는 그해 한 차례 굴욕을 당했다. 1m95의 장신을 앞세워 '하늘'을 지배하는 그가 어이없게도 1m65로 역대 K-리그 용병 가운데 최단신인 제주 산토스(제주)에게 헤딩골을 내준 것. 지난해 5월 29일 성남-제주간의 리그컵 경기에서였다. 사샤는 1-0으로 승리를 눈 앞에 둔 후반 45분 순간 방심하며 동점골을 내줬다. 머리를 감싸쥐었다.

사샤에게는 잊고 싶은 일이겠지만 산토스에게는 자랑이었다. 1년도 넘은 일이지만 산토스는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해 성남과의 정규리그 2경기에서는 득점을 못하지 않았냐고 묻자 산토스는 발끈하며 "무슨 소리인가. 리그컵 때는 골을 넣었다. 그것도 사샤를 앞에 두고 헤딩골을 넣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산토스는 "올해 헤딩으로만 3골을 넣었다"면서 자랑스럽게 '나만의 헤딩 비법'을 소개했다. "내가 키가 작아서 그런지 공중볼 경합 때 상대 수비수들이 나를 의식하지 않는다. (나를 내버려두니까) 내게 골 기회가 많이 오는 것 같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선점하니까 여러 차례 헤딩골을 넣을 수 있었다. 위치 선정과 골에 대한 집중력, 그것이 노하우다."

산토스와 사샤는 16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맞붙는다. 헤딩에 눈을 뜬 산토스가 또 한번 사샤의 허를 찌를지 관심이다.

산토스는 현재 5경기 연속 골 행진 중이다. 성남전에서 한 골을 더 넣으면 역대 개인 연속골 부문 공동 4위에 오른다. 이 부문 역대 기록은 황선홍 포항 감독이 가지고 있다.(8경기·1995년 8월 19일~10월 4일). 산토스는 지난해 5도움을 올렸지만 올해 도움은 한 개에 불과하다. 그 만큼 골 욕심을 많이 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브라질에서 뛸 때는 4경기 연속 골을 넣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개인 연속 골 기록을 경신하게 되서 기쁘다"면서 "성남전에서도 골을 넣고 싶다. 지난해 정규리그 성남전에서는 골을 못 넣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넣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8경기에서 14골을 넣은 산토스는 K-리그 2년차인 올해 16경기에서 9골을 기록 중이다. K-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느낌이다. 그는 "지난해 내가 K-리그에 왔을 때 모두가 내 축구에 의문을 던졌다. 그래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한국은 스피드와 기술, 체력이 없으면 도태된다. 수많은 외국 선수들이 K-리그를 거쳐갔지만 많은 선수가 실패한 것으로 안다. 나는 그렇게 되기 싫다. 성공해서 K-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 보여줄 게 아직 많다"고 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