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방' 1쿼터는 김승현(33)이 이겼다. 그러나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최승욱)는 농구선수 김승현이 오리온스 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오리온스 구단은 2년치 연봉 미지급분 12억원을 원고(김승현)에게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9월 김승현이 "2006년 체결한 이면계약에 따라 연봉을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지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김승현은 이번 판결이 나오자 "다시 농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코트 복귀에 대한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법정공방이 여기서 끝났다고 속단할 수만은 없다. 이번 소송의 피고측인 오리온스 구단, 그리고 김승현과 다른 소송으로 얽힌 한국농구연맹(KBL)의 향후 대응방식에 따라 지금껏보다 훨씬 복잡하고 긴 공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심 패소, 오리온스의 대응은?
오리온스 구단은 일단 이번 판결에 대해 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이 여전히 법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대응방침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오리온스 김백호 사무국장은 15일 오전, "구체적인 판결문을 받지 못해 현 시점에서는 구단의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일주일 내에 판결문이 구단으로 오면 그룹 법무팀이 이를 검토한 뒤에 공식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오리온스 측이 판결문에 대한 법리 검토 결과 상급법원에 항소하기로 결정한다면 법정 공방 시간은 앞으로 훨씬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코트 복귀'를 꿈꾸는 김승현으로서는 치명적이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을 안고 있는데다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코트에 돌아온다고 해도 과거 기량을 다시 보여줄 가능성은 적다.
▶또 다른 법정공방도 남아있다.
김승현은 오리온스 구단 뿐만 아니라 KBL과도 송사에 얽혀있다. KBL은 지난해 11월11일 연봉조정(3억원) 결정에 불복한 김승현을 임의탈퇴 선수로 지정했다. KBL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구단이 아닌 연맹에서 내린 임의탈퇴 결정으로 징계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김승현은 이에 대해서도 불복했다. 올해 초 임의탈퇴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현재 심리 중이다.
오리온스 구단과의 소송이 김승현의 바람대로 잘 해결된다고 해도 KBL과의 문제를 풀지 않으면 코트 복귀는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오리온스 구단에 대한 임금 청구소송의 승소 판결이 임의탈퇴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 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KBL 관계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송이라 꼭 그렇게 볼 수 만은 없다. KBL로서도 판결이 난 이후에 대응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KBL은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처리를 한 대형 법무법인에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래저래 김승현 관련 문제는 앞으로도 길게,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