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다."
KIA 조범현 감독은 14일 광주 두산전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좌완 선발 양현종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면서 배경 설명 속에 나온 말이다. 조 감독은 "밸런스가 좋지 않다. 컨디션을 회복하면 후반기에 잘 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승차 없는 1위 삼성과의 대구 3연전을 앞두고 던진 다소 이례적인 '승부처' 발언. 조 감독이 생각하는 진짜 승부처는 과연 언제쯤일까.
KIA는 올시즌 초부터 '완전 전력'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릴레이 부상 탓이었다. 현재도 최희섭 김선빈 등이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 '부상 로테이션'이 적절하게 가동되면서 KIA는 선두 싸움을 벌일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조 감독의 포커스는 마운드에 있다. 최종 승부는 마운드 힘에서 갈린다는 판단이 확고하다. 그래서 투수들을 아끼고 또 아낀다. 눈 앞의 1승을 위해 정작 힘을 쏟아부어야할 진짜 '승부처'에서 어이없게 무너지는 소탐대실을 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5선발에게 충분한 등판 간격을 보장하려고 애쓴 것도 이러한 맥락 속에 이뤄지고 있는 '관리 모드'다. 최강 선발진을 보유하고도 한기주를 선발로 복귀시킨 배경도 충분한 휴식을 통해 강점을 더 강화하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장마 후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출발할 후반기. 전반 내내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 투수들을 쏟아부은 팀들이 고꾸라질 가능성이 큰 시점이다. 축적된 마운드 힘과 부상에서 복귀하는 선수들로 '완전 전력'을 꾸려 막판 스퍼트에 올인하겠다는 것이 조 감독의 승부수다.
진정한 승부처에서의 올인 전략. 강력한 '우승후보' KIA의 후반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