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클레멘스의 위증혐의 재판이 무효화됐다.
미국 연방 지방법원 레지 월튼 판사는 15일(한국시각) 위증 혐의로 기소된 로저 클레멘스의 재판에 대해 심리 무효를 선언했다. 재판 재개 여부는 오는 9월2일 결정된다. 왈튼 판사는 심리 무효를 선언하면서 "클레멘스가 지금 상태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측의 지시 불이행이 심리 무효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당초 월튼 판사는 2008년 로저 클레멘스의 의회 청문회 동영상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동영상에는 앤디 페티트와 아내와의 대화가 포함돼 있었다. 페티트는 검찰 조사에서 "클레멘스로부터 직접 성장호르몬을 사용했다는 말을 들었고, 이를 아내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배심원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줬다. 또한 재판정에서 페티트의 아내와 통화를 시도하자 월튼 판사의 제지를 받았다. 검찰 측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불쾌해진 월튼 판사는 "페티트의 아내가 클레멘스로부터 직접 그 말을 들은 것이 아니다. 불확실한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재판을 중지시켰다.
재판 재개 여부는 9월2일 결정되지만, 이미 증인들이 재판정에 섰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동일한 죄로 두 번 기소될 수 없음)에 의해 재판이 다시는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
배리 본즈 역시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위증 혐의로 8년 동안 재판을 계속해왔지만, 지난 4월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판결을 받고 재판 방해에 대해서만 유죄판결 받은 바 있다. 재판 방해죄는 위증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다. 클레멘스는 이번 심리 무효 선언으로 본즈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클레멘스는 변호인단에 둘러싸여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법정을 떠났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