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속마음을 말하는데 맞장구 칠수도 없고."
지금 프로야구판의 화두중 하나가 우천 취소다. 올해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연기된 경기가 꽤 된다. 삼성만 해도 13일까지 12경기를 못치렀다.
장마철, 승부의 큰 변수다. 특히 경기중 비가 내리면, 희비가 엇갈린다. 리드하고 있는 팀은 어떻게든 5회까지 마치려 한다. 지고 있는 팀은 반대다.
이런 상황에 대해 류중일 감독이 기억을 더듬었다. 13일 경기전 잔뜩 흐린 하늘을 보더니 "예전에 김응용 감독님이 계실 때인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기고 있는데 비가 오더라구. 그러니까 그 때 이선희 투수코치가 투수에게 빨리 승부하라고 한거야. 그 말을 김 감독께서 들으셨는데, 그만 투수들이 얻어맞고 말았지. 경기 뒤 난리가 났어." 경기에서 지자 김 감독이 "왜 그런 말을 했냐""며 화를 많이 냈단다.
최근 경기를 하는데 그 때 생각이 났다고 했다. "두산하고 경기를 하는데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가 오더라구. 4회쯤 됐는데. 김성래 타격코치가 타자들에게 초구부터 치라고 말하는데 문뜩 그 때 생각이 나는거야." 말은 이어졌다. "옆에서 듣고 있으면서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감독 입장에서 뭐라고 할수가 있어야지. 그 때 생각도 나고. 가만히 있었지"라며 웃었다.
그런데 다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삼성이 2-0으로 앞선 3회초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경기가 중단됐다. 류 감독이 묵묵히 벤치에 앉아 빗줄기를 바라봤다.
결국 7시11분에 중단된 경기는 45분에 취소결정이 내려졌다. 마침 경기전 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던 류 감독의 심정은 어땠을까. 목동=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